서울 강남구 봉은사로 한국문화재재단(이사장 진옥섭)에서 열리는 지장공예가 윤서형(61)씨 개인전 ‘윤서형 한지공예전 상응과 상생-전통에서 길을 찾다’전에는 이처럼 전통 유물을 오롯이 살려낸 작품 30여점이 나왔다.
윤씨의 첫 개인전으로 23년 간 한지공예의 길을 걸으며 작업 해온 작품들이 처음 세상에 얼굴을 드러내는 자리다.
지장공예는 지난한 시간과 정성을 요구한다. 이를테면 실패함 하나를 제작하기 위해선 한지를 45겹 이상 발라서 먼저 판을 만들어야 한다. 그 판을 재단해서 찹쌀풀로 이어 붙여 상자를 짜고, 그 위에 색색의 종이를 붙인다. 색종이는 치자(노란색) 홍아(붉은 색) 등 전통 염료로 염색한다. 마지막으로 한지 판을 칼로 조각해 부귀를 뜻하는 모란 무늬를 장식함으로써 화려함은 극치를 이룬다. 그러다보니 한 작품 만드는데 6개월∼1년 걸리는 공정들이다.
그는 지삿갓 지장공예함 조족등(발을 비추는 등) 삼층장 좌경 등 왜 전통 유물을 재현하는 것일까. 2014년 제39회 전승공예대전 대통령상을 받은 지장공예함은 덕성여대 소장 1793년 제작 유물을 고스란히 살려낸 것이다. 윤씨는 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조선시대의 기물을 재해석함으로써 전통공예 범주를 확장하여 현대공예의 흐름 속에서 자리매김 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안방, 사랑방, 마당으로 나누어 스토리가 있게 구성돼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날아가는 기분을 준다.
윤씨는 색지장 무형문화재 김혜미자씨를 사사했다. 2008년 미국 조지 부시 대통령 부부 가 방한했을 때 로라 부시 여사가 그의 지장 공예 작업을 참관한 것이 인연이 돼 윤씨 작품은 백악관에도 소장돼 있다. 18일까지.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