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내 국공립 어린이집·공공도서관 등 복지시설이 없거나 열악한 자치구가 줄어들 전망이다. 서울시가 복지시설 수준이 중간에 못 미치는 자치구에 2023년까지 기존 예산에 약 3000억원을 더 얹어 주기로 했다.
서울시는 지난 30여년간 획일적‧기계적으로 적용해온 ‘생활SOC(사회 기반 시설) 건립지원원칙’을 개편한다고 4일 밝혔다. 재정이 부족한 자치구에 복지시설 설립 지원비를 더 많이 준다는 내용이 골자다. 주로 강북지역의 자치구가 수혜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개편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해 약속한 ‘지역균형발전 정책구상’의 일환이다.
서울시가 복지시설 열악 자치구에 지원할 생활SOC 대상은 ‘노인종합복지관’ ‘장애인복지관’ ‘다목적체육센터’ ‘구립공공도서관’ ‘문화예술회관’ ‘국공립어린이집’ ‘우리동네키움센터’ ‘청소년문화의집’ 등 8개 시설이다. 서울시가 지정한 생활서비스 시설 11곳 중 자치구 간 보유 격차가 큰 시설들이다.
그동안 서울시는 형평성을 위해 ‘자치구 당 종류별 복지시설 1곳’ 지원원칙을 고수해왔다. 주민 이용수요나 지자체 재정여건을 고려 않고 모든 자치구에 유사한 수준의 지원금을 준 것이다. 이 때문에 재정 여력이 없는 일부 자치구에서는 시 지원을 받더라도 돈이 부족해 복지시설을 못 짓고 있었다. 자치 구민이 많아져 복지시설을 늘릴 필요가 있는 곳 중에도 시 지원금이 없어 못 짓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강남 자치구에는 대개 복지시설이 많다. 시 지원금 없이 자치구 예산만으로 시설을 짓거나 민간에서 제2, 제3의 복지시설을 지은 것이다.
예컨대 A자치구와 B자치구는 60세 이상 어르신 수가 비슷하지만 생활SOC 격차는 크다. 재정력이 높은 A구는 노인복지관이 6개가 있지만 B구는 1개에 그친다. 또한 C자치구와 D자치구는 인구 1000명당 시설면적이 7배 이상 차이가 난다. 재정력이 높은 C구는 25개 시설이 있어 인구 1000명당 시설면적이 245㎡지만, 재정력이 낮은 D구는 34㎡에 불과하다.
서울시는 자치구간 복지시설 빈부격차가 부당하다고 본다. 박 시장은 “어느 지역에 사는지에 따라 삶의 질이 결정되는 실장”이라며 “생활SOC 시설이 부족한 자치구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시설별 서울시민이 누려야 하는 최소한의 복지 수준을 ‘보편적 편익기준선’이라고 정의했다. 서울시는 이 편익기준선에 복지 수준이 못 미치는 자치구에 더 많은 지원금을 주는 ‘불균형 지원책’을 펼 계획이다. 예컨대 ‘시설면적 대비 60세 이상 노인 인구수’가 높은 곳에 더 많은 노인종합복지관 설립 지원금을 준다.
아울러 서울시는 예산 대비 사회복지비 부담이 크고 재정력이 약한 자치구일수록 더 많은 시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현재 자치구별 재정력에 따라 4단계 차등을 두고 있는 ‘차등보조율’도 재정비했다. 또한 최근 건립된 시설의 공사비, 규모 등을 고려해 서울시가 지원하는 건축비 한도와 건축면적도 올려 잡았다.
다만 자치구 간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도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특정 자치구의 기존 예산을 빼서 다른 구로 주면 저항이 심하겠지만 이번에는 추가 예산을 편성한 것이라 저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복지수준이 떨어지는 자치구를 빠르게 중간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