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30일 판문점 회동 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한 북·미 대화가 진척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북한에 특별한 대화의 손길을 내밀지 못했고, 북한은 이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한국과 미국을 위협하는 미사일 발사로 대응했습니다.
북·미 대화의 문이 열리게 하시고, 정치적 이익을 넘어서서 식량난과 압제 속에 고통당하는 북한 주민들을 살리고 자유롭게 하는 길을 선택하게 하소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한반도를 둘러싼 강국들이 상호 협력하고, 북한이 정상 국가로서 개혁개방의 길을 가도록 지원하게 하소서. 북한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 경제 제재로부터 하루빨리 벗어나 자국민을 살리는 정책을 추진하게 하소서. 북·미 정상이 대화를 재개하고, 비핵화와 체제 보장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협상하게 하소서. 한국 정부가 최선을 다해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중재 역할을 잘 감당하게 하소서.
약자를 긍휼히 여기시는 주님, 우리는 지난 7월 31일 서울 관악구 탈북민 모자의 사망 사건에 이어 지난 31일 경기도 안양 고시원에서 40대 탈북 남성이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는 가슴 아픈 소식을 들었습니다. 살기 위해 찾아온 땅에서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그들의 고통을 감히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이에 통일부에서 생활밀착형 탈북민 정착지원을 보다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새로운 정책이 이 땅에 자유와 꿈을 찾아 목숨 걸고 찾아온 탈북민의 정착과 취약세대에게 실제적 도움이 되길 기도합니다.
한 교회가 탈북민 한 가족을 돕는 운동이 퍼지게 하시고, 탈북민들이 통일을 준비하는 주체가 되도록 한국교회가 물심양면으로 돕게 하소서. 많은 탈북민이 탈북 과정에서 겪은 위기와 가족과의 분리 등으로 인해 정신적·육체적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한국교회가 그들의 선한 이웃이 되어 이들이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치유되고 회복되도록 하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 통일기도문 해설
기도문 첫째 단락은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대화에 관한 기도이다. 지난 2일자 언론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달 31일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언행을 문제 삼으며 북·미 실무협상 재개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미사일 도발, 제재와 인권문제에 대해 강경발언을 내놓자 발끈한 것이다.
북·미 핵 협상을 총괄하는 고위인사들이 연일 충돌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실무협상이 예상보다 오래 표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통일연구원 관계자는 북·미 실무협상 재개가 오리무중인 가운데 ‘설전’만 무성하다고 평가했다. 양측의 설전으로 대화가 지연되면서 북한의 협상의지, 나아가 비핵화 의지 자체를 의심하는 분위기마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정말 북한이 협상의지와 ‘진정성’이 있는지 판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북한이 가진 협상의 ‘진정성’을 넘어서서 ‘되돌릴 수 없는’ 궤도로 올려놓는 ‘정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우리 기독교인들은 온 세상의 주인이신 하나님께서 각국 지도자들의 마음을 주장하심으로 하나님의 뜻이 이뤄지고 하나님 나라가 확장되도록 기도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단락은 북한이탈주민의 정착에 관한 기도문이다. 지난 7월 31일 사망 상태로 발견된 탈북민 모자 사건에 대해 통일부가 대응책을 내놓았다. 지난 2일자 보도자료에 따르면 통일부는 유관부처 공동으로 탈북민 생활안정을 위한 종합대책을 수립하였다. 이번 대책은 크게 두 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첫째는 ‘탈북민 위기가구’ 발굴·지원 시스템을 마련하고 유관부처 간 지원체계를 유기적으로 연계해, 탈북민 복지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탈북민 취약세대 전수조사를 실시하여 경제적 곤란·질병·고립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탈북민을 적극적으로 찾아내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둘째는 그간 추진해오던 생활밀착형 탈북민 정착지원을 보다 강화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런 정책들이 구체화되고 있는 동안에도 지난달 31일 탈북민 남성이 고시원에서 유서를 남기고 숨진채로 발견된 사건이 보도되면서, 정책의 시급성을 일깨웠다.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되어주라는 주님의 명령 앞에서 한국교회가 스스로 돌아보아야 할 때이다. 당국 차원의 정책이 수립·시행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디든 사각지대가 있게 마련이다.
한국교회는 탈북민의 영적 필요뿐 아니라 정신적·육체적 필요도 돌볼 수 있는 인적·물적 자원을 가지고 있다. 교회가 앞장서서 탈북민의 좋은 이웃이 되어주고, 그들이 목숨 걸고 찾아온 이 땅에서 행복한 삶을 살아가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이것이 북한 땅 복음화를 위해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이며 장차 통일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남북통일을 위한 평화기도문] 정체된 북·미 대화의 물꼬가 트이게 하소서
입력 2019-09-04 1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