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혐오 번지는 남아공…이주민 약탈로 사흘새 5명 사망

입력 2019-09-04 13:05 수정 2019-09-04 13:34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외국인들이 운영하는 상점에 대한 대규모 약탈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1일(현지시간) 밤부터 이어진 소요 사태로 최소 5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3일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폭력”이라고 강력 비난했다.

영국 BBC 등은 라마포사 대통령이 지난 며칠간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와 수도 프리토리아에서 외국인들과 그들이 운영하는 상점을 상대로 벌어진 약탈 및 방화 공격에 대해 “즉각 중단하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그는 트위터에 올린 동영상 형식의 성명을 통해 “남아공인들이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을 공격하는 일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며 “우리나라에서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남아공 경찰은 요하네스버그 등지에서 외국인 상대 공격이 계속되자 소요 가담자들에 대한 대대적 체포 작전에 나서 189명을 체포했다.

이번 소요 사태는 지난 1일 요하네스버그 중앙비즈니스지구(CBD) 내 낡은 빌딩에서 발생한 화재에서 촉발됐다. 화재로 혼란한 틈을 타 일부 시민들이 인근 상점을 약탈하기 시작한 것이 대규모 폭동으로 번졌다. 도심 거리로 쏟아져 나온 수백명의 시민들은 외국인 상점을 약탈하고 차량에 불을 질렀다. 많은 상점들이 영업을 중단하고 문을 닫았으며 겁에 질린 외국인들은 집 안에서 머물며 외출을 삼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사태로 상점 50곳 이상이 피해를 봤고, 이들 중 대다수는 나이지리아인 등 외국인이 소유한 곳이라고 전했다. 약탈자들의 표적이 된 한 나이지리아인 사업가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남아공에서 사는 외국인들은 남아공 현지 주민들로부터 근거없이 부정한 일을 저질렀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며 “약탈은 단순 범죄가 아니라 외국인 혐오 공격”이라고 말했다.

외신도 28%에 달하는 남아공의 높은 실업률이 유발한 ‘외국인 혐오’가 소요 사태로 번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극빈층들이 외국인 이민자들과 일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사회적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남아공에서는 외국인 상점을 대상으로 한 공격이 심심찮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남아공 남동부 항구도시인 더반에서 외국인 상점에 불만을 표하는 소요 사태가 발생해 3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남아공 주재 아프리카 국가 대사관들은 지난 2일 남아공에 거주하는 자국민들에게 안전에 주의하라는 예비 경보를 발령했다. 또 외국인 상점을 겨냥한 공격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 남아공 정부에 우려를 전달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