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서늘해지면서 ‘환절기성 불면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가을 장마 등으로 일조량이 줄어들고 기온 변화가 심해지는 환절기엔 더욱 주의해야 한다.
특히 불면증 증상이 3주 이상 지속되면 만성 불면증으로 진행할 수 있고 이런 경우 아침 두통, 낮 피로, 낮졸림 등 수면부족 증상으로 고통받을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잠이 부족하면 뇌가 자신을 잡아먹는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이탈리아 마르케 폴리테크닉대 연구진은 수면이 부족하면 이른바 ‘청소 세포’라 불리는 ‘별아교 세포’(성상교세포·astrocyte)가 더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연구를 진행한 미켈 벨레시 박사는 “우리는 잠이 부족할 때 별아교 세포가 시냅스(신경세포인 뉴런과 뉴런 사이 연결 부위)의 일부분을 실제로 잡아먹는 것을 처음으로 관찰했다”며 “수면이 지속해서 부족하면 알츠하이머병 등 다른 신경퇴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에 따르면 수면이 박탈된 상태에 있는 뇌에서는 ‘미세아교 세포’(소교세포·microglial)가 활발해졌다. 연구진은 “미세아교 세포의 활성화는 알츠하이머병과 다른 형태의 신경 퇴행성 질환에서 관찰된 바 있다”고 밝혔다. 수면 부족이 지속하면 알츠하이머병 치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불면증 환자는 400만명에 달한다. 잠 못자는 불면증 환자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불면증을 극복하는 법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우선 생활습관을 교정하면 불면증을 극복할 수 있다. 다음은 불면증 극복을 위한 몇가지 팁.
△오전 햇빛=오전에 햇빛을 쬐면 저녁에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가 늘면서 입면과 숙면에 도움을 준다. 멜라토닌은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이 호르몬은 강한 빛에 노출되고 15시간 이후에 분비되기 때문에 아침에 햇빛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수면센터 한진규 원장은 4일 “햇빛량이 줄어드는 가을철은 불면증 환자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빛은 수면 중 다리가 불편하게 하는 하지불안증후군 증상에도 영향을 줘 불면증 증상이 더 심해지게도 한다”고 설명했다.
△규칙적인 운동=적절히 규칙적인 운동은 수면에 도움준다. 하지만 운동은 취침 5시간 전 까지는 마쳐야 한다. 입면이 어렵다고 몸을 힘들게 하기 위해서 자기 전 과도한 운동을 하게 되면 오히려 수면을 방해한다.
△취침 2시간 전 족욕(또는 반신욕), 저녁에는 어둡게=취침 2시간 전 족욕을 해 체온을 의도적으로 상승시키면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체온 저하를 유도해 잠자기 좋은 몸 상태를 만든다. 멜라토닌은 빛에 약하다. 야간에는 어둡게 생활해야 멜라토닌 분비가 많아진다. 야간에 사용하는 스마트폰, 노트북, TV 등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는 뇌가 햇빛으로 인식해 수면을 방해한다. 블루라이트에 노출되면 각성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자연히 멜라토닌 분비는 줄어들며 잠을 깨운다.
△자려고 노력하지 말아라=잠을 의도적으로 자려하고 스트레스를 주면 각성이 증가하고 체온이 상승하면서 오히려 잠이 달아나게 된다. 저녁에 자야하는 시간을 체크하면서 시계를 계속 보면 뇌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이 분비되면서 잠이 깨게 된다.
몸안에 생체시계가 졸릴 때 시간을 체크하지 않고 잠자리에 드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만약 습관적으로 시계를 계속 본다면 시계를 아예 치우는 것이 좋다. 생활습관을 교정했는데도 3주 이상 불면증이 계속된다면 그때는 전문가 손길이 필요하다.
한진규 원장은 “3주 이상 불면증 증상이 지속되면 학습화되면서 생활습관 교정만으로 개선이 불가능하다. 이때는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불면증의 원인을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방치하면 만성 불면증으로 진행돼 치료 기간도 늘어나고 합병증도 나타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