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홍콩·대만·일본 등 연예인 55명, 中 블랙리스트 올라”

입력 2019-09-04 11:07
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연일 격화하는 가운데 홍콩 시위나 대만 독립 등과 관련한 발언을 했다가 중국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연예인이 최소 55명에 달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홍콩, 대만, 한국, 일본 등의 연예인 중 홍콩의 민주주의나 대만 독립 등에 관해 발언했다가 중국 당국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연예인이 최소 55명에 이른다고 3일 보도했다. 리스트에 오른 대표적인 연예인은 홍콩 가수 데니스 호다.

홍콩 가수 데니스 호가 지난 7월 8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의 유엔 빌딩에서 발언하고 있다. 호가 이날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홍콩의 인권 상황을 비판하고 중국을 회원국에서 퇴출할 것을 요구한 가운데 중국 외교관은 호의 발언을 2차례 방해했다.

데니스 호는 홍콩 시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꾸준히 발언해왔다. 특히 지난 7월에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홍콩의 민주주의와 인권이 중국 중앙정부에 의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며 중국을 회원국에서 퇴출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2014년 홍콩의 대규모 민주화 시위인 ‘우산혁명’에 참여했다가 중국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데니스 호 외에도 대만 출신 배우 수치(서기·舒淇), 영화 ‘무간도’에 출연했던 홍콩 대표 배우 앤서니 웡(黃秋生), 여러 홍콩 누아르 영화에 출연해 한국 팬들에게 친숙한 배우 채프먼 토(杜汶澤), 대만의 저명한 시나리오 작가이자 감독인 우녠젠(吳念眞) 등이 중국 당국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홍콩의 송환법 반대 시위에 참여하거나 대만 독립 등과 관련해 중국 중앙정부에 비판적인 발언을 해왔다.

그러나 블랙리스트에 오른 연예인들은 수많은 지지발언을 해온 연예인들에 비하면 소수에 불과한 편이다. 데니스 호의 사례에서 보듯 홍콩 시위를 지지하고 중국 정부에 비판적인 입장을 밝힌 연예인은 중국 본토에서 활동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성룡(왼쪽). 성룡은 자신의 웨이보에 '나는 국기 수호자다'라고 적었다. 연합뉴스

대표적인 친중파 연예인으로는 홍콩 배우 성룡(成龍·재키 찬·청룽)이 있다. 최근 송환법 반대 시위에서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가 바다에 버려지자 성룡은 중국중앙방송(CCTV) 인터뷰에서 ‘오성홍기의 수호자’를 자처하며 여러 관영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홍콩 시위를 비판하고 중앙정부를 지지했다.

영화 '뮬란' 포스터(왼쪽). 유역비는 자신의 웨이보에 '나도 홍콩경찰을 지지한다'는 내용을 올려 팬들에게 뭇매를 맞았다. 이 발언으로 '보이콧뮬란'(#BoycottMulan) 등의 해시태그가 번지기도 했다. [출처: 디즈니, 유역비 웨이보 캡처]

유명 배우 류이페이(劉亦菲·유역비)는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나는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 ‘홍콩은 부끄러운 줄 알라’는 등의 게시물을 올렸다가 홍콩, 미국 등에서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에 네티즌들은 그가 주연을 맡아 내년 3월에 개봉하는 영화 ‘뮬란’을 보이콧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중국 정부의 심기를 거스를 법한 행동을 한 기업과 연예인들은 좋지 않은 결과를 마주했다. 홍콩과 대만 등을 중국과 별개의 국가로 표시했다는 이유로 베르사체, 지방시, 코치, 스와로브스키, 삼성 등 외국 기업이 뭇매를 맞자 배우 양미, 장수잉, 슈퍼모델 류원, 엑소 멤버 레이 등 해당 브랜드의 모델들이 잇따라 계약 파기 선언을 했다.

또 지난해 중국 최고의 인기 드라마 ‘연희공략’(延禧攻略)으로 중국 본토에도 팬이 많은 홍콩 배우 세시만(余詩曼)은 지난 6월 인스타그램의 홍콩 시위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렀다가 본토인들에게 거센 비난을 받고 사과했다.

한편 중국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한국과 일본의 연예인에는 누가 포함됐는지 전해지지 않았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