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진이 기증받은 각막 하나로 두 명의 환자에게 빛을 선사했다. ‘부분층각막이식’이란 의료술로 기증 각막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 대안으로 떠 오르고 있다.
각막 기증을 위해 평균 7년을 기다리는 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안센터 황호식 교수팀은 사후 기증받은 하나의 각막으로 지난 6월 23일 ‘과립각막이영양증’이 있는 60대 여성에게, 사흘 뒤 ‘푹스각막이영양증’이 있는 60대 남성에게 각각 부분층각막이식을 하는 데 성공했다.
각막이식의 경우, 기존에는 각막의 모든 층(상피세포층, 보우만막, 실질, 데세메막, 내피세포층)을 이식하는 ‘전층각막이식’을 주로 시행했으나. 최근에는 이상(병변)이 있는 층만을 이식하는 부분층각막이식이 늘고 있다.
부분층각막이식에는 심부표층각막이식(DALK)과 데세메막이식(DMEK)이 있다. 심부표층각막이식은 각막 내피세포는 정상이나 각막 실질이 혼탁한 경우의 환자(수여자)를 대상으로 한다. 환자의 각막에서 내피세포층, 데세메막, 약간의 각막 실질을 제외하고 모두 제거한 후, 기증 각막에서 내피세포층, 데세메막을 제거한 각막 실질만을 환자에게 이식하는 방식이다.
데세메막이식은 내피세포만 이상이 있는 경우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환자의 각막에서 내피세포층과 데세메막을 제거한 후, 기증 각막에서 내피세포, 데세메막을 벗겨내 이를 이식한다.
즉 하나의 각막에서 각막 실질은 심부표층각막이식 환자에게로, 내피세포 및 데세메막은 데세메막이식 환자에게 이식함으로써 두명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
심부표층각막이식을 받은 60대 여성 환자는 ‘과립각막이영양증’으로 수술 전 시력이 ‘안전 수지 30㎝’(눈앞 30㎝에서 손가락 수를 구분할 수 있는 시력·약 0.02 정도)였다. 심부표층각막이식을 성공적으로 시행한 후 교정 시력은 0.25로 나아졌다. 정상 시력은 1.0이다.
심부표층각막이식술 중 기증 각막의 내피세포와 데세메막을 벗겨내 보존한 후 다른 환자의 데세막이식술에 사용했다. 대상 환자는 ‘푹스각막이영양증’ 환자로 수술 전 시력이 0.1이며 각막 부종에 의한 통증을 호소했다.
벗겨놓은 내피세포, 데세메막을 이용해 데세메막이식을 시행한 후 시력이 0.5로 개선된 것은 물론 투명한 각막을 유지하고 통증은 사라졌다.
일반 전층각막이식의 경우에도 시력이 정상인 1.0까지 회복되진 않는다.
황호식 교수는 “심부표층각막이식 도중 기증 각막에서 내피세포와 데세메막을 온전히 분리해내는 것이 꽤 어려운 기술”이라며 “기증 각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에서 부분층각막이식술은 각막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각막이식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의 2017년 장기 등 이식 및 인체조직 기증 통계 연보’에 따르면 각막이식 대기자는 2109명이며 평균 대기일은 2564일이나 된다. 안구 기증자는 2017년 한해 202명에 불과하다. 국내 병원에서 장기이식관리센터에 등록하지 않은 각막이식 대기자도 많기에 실제 대기자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