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서 올 들어 101명의 여성이 파트너 폭력에 숨졌다

입력 2019-09-04 10:40
프랑스 여성들이 파리에서 가정폭력 방지 대책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프랑스 정부가 폭력적인 파트너에 의해 2∼3일에 1명 꼴로 여성이 목숨을 잃는 가정폭력을 방지하기 위해 500만 유로(약 66억5000만원)를 지출하기로 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는 3일(현지시간) 가정폭력 희생자 보호단체들과 특별회의를 열고 폭력 희생 여성들을 위한 대피소 1000곳 증설, 경찰서의 가정폭력 대응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새로운 정부 대책을 발표했다.

필리프 총리는 이 자리에서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여성들의 신고 절차를 더욱 간소화하고 폭력적인 파트너들의 여성에 대한 접근을 더욱 강력하게 차단하는 한편 가정폭력범에게 전자발찌를 채우고 재교육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에 대해 비판론자들은 만연한 가정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500만 유로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라고 지적했다. 프랑스의 가정폭력 희생자들과 가정폭력 방지운동가들은 올 들어 정부를 상대로 가정폭력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속적으로 압박해왔다.

프랑스 내 가정폭력 실태를 추적하고 있는 한 여성단체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2일까지 모두 101명의 여성이 현재 또는 전 파트너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올해 마지막 희생자인 101번째 여성은 92세 할머니로 94살 남편의 폭력으로 숨졌다. 지난해에는 프랑스에서 총 121명의 여성이 가정폭력으로 사망했다.

희생된 여성 대부분은 생전 경찰에 파트너들의 폭력으로부터 보호해 달라고 요청했음에도 죽음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프랑스는 지난 2017년 여성 10만명당 0.18명이 가정폭력으로 목숨을 잃어 유럽에서 파트너에 의해 살해되는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는 독일의 0.23명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스위스(0.13명)나 이탈리아(0.11명), 스페인(0.12명)보다 크게 높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