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채 발견된 ‘노모·지체장애인 아들 살해 사건’ 용의자인 둘째 아들 A씨(51)가 사건 며칠 전 지인에게 고충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88)와 형(53)을 수십년간 부양해온 A씨가 지인에게 “너무 힘들다”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A씨 지인은 “사건 며칠 전 A씨가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며 “A씨가 약 8개월 전부터 형 때문에 일을 못 나갔었다”고 4일 KBS에 밝혔다. 지인에 따르면 A씨의 형은 30년 넘게 근육병을 앓아왔다. A씨는 최근 형의 병이 악화하면서 직장을 그만뒀다고 한다. 어머니도 지병을 앓고 있어 홀로 움직이기 힘든 상태였다. 어머니와 형 앞으로 기초생활수급비·요양보호사·활동보조인 등의 지원이 나왔지만, A씨가 전기설비 일을 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다.
A씨는 3일 오전 10시쯤 서울 광동구 광나루한강공원 수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어머니와 형의 시신이 강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발견된 지 이틀 만이었다. 어머니와 형을 살해한 뒤 112에 직접 신고한 것으로 추정되는 A씨는 그동안 행방이 묘연했었다.
경찰은 A씨 어머니와 형의 시신에서 둔기에 의한 외상이 있는 것을 확인, 타살 혐의점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후 A씨를 유력용의자로 보고 수사를 벌였다. 경찰은 CCTV 등을 통해 A씨의 동선을 파악해 추적했으나, A씨는 추적 54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A씨가 살해 직후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경찰 관계자는 “다른 가능성도 열어놓고 수사할 것”이라며 “유서가 있는지 확인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