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라지만 의료급여 받는 저소득층 기대수명은 71세

입력 2019-09-04 09:51
의료급여 수급자와 건강보험 가입자 기대수명 차이(논문 발췌). 연합뉴스

국가로부터 의료급여를 받는 저소득층의 기대수명은 건강보험 가입자보다 약 13년이나 짧다는 분석이 나왔다.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의료급여 수급자들의 기대수명은 71세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강영호 교수팀은 2004∼2017년 건강보험 가입자(누계 6억9000만명)와 의료급여 수급자(누계 2200만명)의 기대수명을 비교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4일 밝혔다.

기대수명은 출생 직후부터 향후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연수를 말한다. 연구에 따르면, 기대수명은 의료급여 수급자나 건강보험 가입자 모두 2004년 이후 꾸준히 증가했다. 그러나 두 그룹 사이의 격차는 컸다.

의료급여 수급자는 기대수명이 2004년 63.4세에서 2017년 70.9세로 늘었다. 건강보험 가입자는 같은 기간 78.8세에서 83.7세로 증가했다. 2017년 기준 의료급여 수급자와 건강보험 가입자의 기대수명에 12.8세 차이가 났다. 연구 시작 시점인 2004년의 15.4세보다 격차가 줄어들긴 했지만 정부의 각종 정책에도 불구하고 두 그룹 간 기대수명 차이가 여전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남성 의료급여 수급자의 기대수명은 심각하게 짧았다. 이들의 기대수명은 2004년 56.2세에 불과했으며 2017년에도 64.9세로 조사됐다.

의료급여 수급자란 생활이 어려워 국가로부터 의료비 감면 혜택을 받는 이들로 현재 연간 150만명이 지원을 받고 있다. 2019년 의료급여 예산은 6조3915억원에 달한다.

연구팀은 의료급여 수급자의 건강 증진 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데다 의료 서비스 이용 제한이나 품질 저하 등 외적 요인이 기대수명 차이를 키우는 것으로 분석했다.

강영호 교수는 “의료급여 수급자들은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정기적인 치료를 못 받는 것은 물론 치료 후에도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런 의료 취약계층에게 적절한 건강 관리를 제공하기 위한 정책을 발굴 시행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공중보건 분야 국제학술지(BMC Public Health) 최신호에 발표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