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티스 전 美국방 “주한미군은 우수 사례”…트럼프 에둘러 비판

입력 2019-09-04 07:36 수정 2019-09-04 07:38
제임스 매티스 전 미국 국방부 장관이 3일(현지시간) 발간된 회고록을 통해 한국을 동맹의 우수 사례로 들면서 미군의 해외 주둔 필요성을 강조했다.

제임스 매티스(왼쪽) 전 미국 국방부 장관이 2018년 장관 재직 시절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있는 모습. 연합뉴스

미 해병대 4성 장군 출신으로 투지가 강해 ‘미친 개’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매티스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런 시리아 철군 방침에 반발해 사임했다. 매티스 전 장관은 당시 사임 서한에서 “미국은 강력한 동맹을 유지하지 않고서는 우리의 이익을 보호할 수 없다”고 주장할 정도로 동맹을 중시했다.

매티스 전 장관은 이날 나온 ‘콜사인 카오스(Call Sign Chaos)’라는 제목의 회고록에서 “한국의 사례는 교훈적”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1953년 휴전 이후 우리는 그곳에 계속 수만 명의 미군 병력을 유지했다”며 “우리의 대규모 병력 주둔과 꾸준한 외교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가 독재국에서 활발한 민주주의 국가로 전환하는 것을 지켜줬다”고 강조했다.

메티스 전 장관은 “하지만 (한국의 민주화에는) 40년이 걸렸다”면서 “우리는 아프가니스탄에서 그 나라가 번영하는 민주주의 국가로 변모하는데 필요한 자원과 시간을 쏟아붓기를 꺼렸다”고 지적했다. 한국을 사례로 들면서 미국이 아프간에 소홀히 대처했다고 비판한 것이다.

회고록에는 한국전쟁 당시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을 우수 사례로 소개하는 대목도 나온다. 매티스 전 장관은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했을 때 맥아더 장군은 워싱턴의 조언을 무시하고 해병대에 북한 육군의 뒤로 상륙하라고 명령해 적이 점령하던 한국의 수도 서울을 탈환했다”면서 “맥아더 장군이 적진 깊숙한 곳에 합동 상륙작전을 명령한 것이 한국전쟁을 사실상 하룻밤 사이에 반전시켰다”고 평가했다.

매티스 전 장관은 회고록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매티스 전 장관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 자신이 중부사령관을 맡고 있던 2011년, 미군 드론이 격추당하자 이란군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요구했다. 같은 곳에 또 다른 드론을 띄운 뒤 이란이 이를 공격하면 이란 공군을 격추하자고 제안했지만 백악관이 거부했다는 것이다. 매티스 전 장관은 또 2004년 이라크 팔루자 전투에 대해선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참모들이 상황을 잘못 관리했다고 비판했다.

매티스 전 장관은 2003년 가을 미 캘리포니아 해병대 기지로 복귀해 부대를 재정비할 당시 “이라크전이 끝났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북한에 초점을 맞췄다”면서 “나는 항상 가장 어려운 적을 훈련할 적으로 선택한다”고 강조했다.

매티스 장관은 회고록에서 비용적 측면만을 고려해 동맹국을 폄하하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직격탄을 날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동맹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회고록에는 “동맹이 있는 나라는 번영하고 동맹이 없는 나라는 죽는다” 등의 구절이 반복해 나온다.

회고록에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화나 날카로운 비판이 없었다. 그는 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언젠가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회고록의 제목 중 ‘Chaos’는 ‘뛰어난 해법을 가진 대령’(Colonel Has An Outstanding Solution)의 머리글자들을 딴 약어로, 과거 해병대 대령 시절 매티스 전 장관의 무선호출부호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