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가방에 대마 수십개 넣고…CJ장남 이선호의 대담한 수법

입력 2019-09-04 06:31 수정 2019-09-04 10:00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대마) 혐의를 받는 CJ그룹 이재현(59) 회장의 장남 이선호(29)씨가 지난3일 오후 2시20분쯤 인천지검에서 조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뉴시스

마약 밀반입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CJ그룹 이재현(59) 회장의 장남 이선호(29)씨가 항공편을 이용해 귀국할 당시 변종 대마가 담긴 가방을 멘 채 세관 통과를 시도하는 등 상당히 대담한 수법을 썼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씨는 지난 1일 오전 4시55분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도착, 법무부 입국수속 등을 마친 뒤 오전 7시쯤 입국장으로 빠져나가려다 세관에 붙잡혔다. 마약류인 대마를 소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대한항공 KE012편을 이용한 그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던 길이였다.

이씨가 소지한 것은 일반적인 건초형 대마가 아니었다. 최근 밀반입이 급증하고 있는 액상 카트리지, 젤리, 사탕 형태의 ‘변종’이었다. 이씨는 캐리어에 액상 카트리지형 수십개를, 배낭에도 사탕·젤리형 대마 수십개를 감춰왔다. 대마 흡연도구도 여러 개 발견됐다. 매우 대담한 수법이었다.

이씨가 가지고 있던 배낭과 캐리어가 기내에 반입됐는지, 수화물로 맡긴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후 인천본부세관 제1검사관실은 이씨를 마약 밀반입 혐의로 인천지검에 인계했다. 세관도 자체 수사권이 있지만, 이씨가 소지한 대마의 양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이씨가 밀반입한 변종대마 수는 모두 50개가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즉각 이씨에 대한 소변검사를 실시해 대마 양성 반응을 확인했다. 이씨는 1일 오전 중 귀가조치됐다. 동종전과가 없고, 혐의 대부분을 인정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유사한 상황의 다른 사건 피의자들은 대부분 긴급체포 후 구속영장 청구 등의 신병확보 절차를 받는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씨는 검찰에 LA에서 대마를 구입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LA가 속한 캘리포니아주는 대마를 허용하고 있다. 만 21세 이상 성인이라면 누구나 허가받은 소매점에서 대마류 구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대마를 마약류로 엄격히 분류하고 있기 때문에 투약하거나 관련 제품을 국내로 밀반입할 경우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해 처벌을 받게 된다.

이씨는 적발 이틀만인 3일 오전 9시쯤 검찰에 출석해 5시간 동안 추가 조사를 받았다. 이씨는 ‘마약 밀반입과 투여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입을 굳게 다문 채 미리 대기하던 차량을 타고 검찰을 빠져나갔다.

2013년 CJ제일제당에 입사한 이씨는 바이오사업팀 부장으로 근무하다 최근 식품전략기획1팀으로 보직을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입사는 CJ그룹 4세 경영의 시작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씨 부친인 이 회장은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의 장손으로, 고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의 아들이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