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포기하고 ‘언론 스피커’에만 매달리는 희한한 국회

입력 2019-09-03 17:38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릴 자유한국당 '조국 후보자의 거짓과 선동' 대국민 고발 언론간담회에서 장제원 의원이 조국 후보자의 사모펀드에 대해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국회에 대화와 협상이 사라졌다. 정치가 사라진 자리에는 일방적 주장만 남았다. 전날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셀프 청문회’에 이어 자유한국당은 3일 반박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언론을 매개로 연일 각 당이 원하는 말만 쏟아내는 모습에 의회 정치가 실종됐다는 자조가 흘러나온다. 행정부를 견제하는 입법부의 역할은 여야 모두에게서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여야는 이날 ‘정치 참사’ ‘국회의 시간은 끝’ 이라며 서로를 비난하는 데만 몰두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조국 후보자의 거짓! 실체를 밝힌다’는 이름으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조 후보자는 결국 스스로 부적격임을 입증했다. 점령군 행세를 하면서 국회를 기습해 기자간담회를 열었다”고 비판했다. 또 “자료도 증인도 야당도 없는 후보자의 독백 무대를 연출했다. 대통령의 거대 권력을 감시해야 할 국회가 여당 때문에 대통령의 거대 권력에 놀아난 형국이다. 정치 참사이자 민주주의 후퇴”라고 말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의 시간이 이렇게 끝난 것이 아쉽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후보자 자질 검증을 수행하지 못해 송구하다”면서도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 기간은 대통령의 시간이다. 국회의 시간도 아니고 한국당의 시간은 더더욱 아니다”라고 했다. 국회가 대통령의 인사권을 견제할 수 있는 인사청문회 제도를 스스로 걷어차면서 책임은 서로에게 떠넘기는 데 급급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자신의 인사청문회가 무산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시간 무제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의회 정치에 대한 근본적 의문도 제기된다.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스스로 포기했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국당이 청문회 증인 문제를 수차례 양보했음에도 민주당은 청문회 자체를 걷어찼다”며 “여당이 입법부 구성원이 아닌 ‘청와대 직속부대’로 전락했다. 여당이 행정부를 시중 드는 존재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게끔 스스로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조 후보자는 법무부에 서 있어야 했다. 기자간담회를 국회에서 해야 할 이유가 없다”며 “법에도 없는 기자간담회 사회를 집권 여당의 대변인이 했다는 것도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최장집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이날 한 언론에 보낸 입장문에서 “조국 사태는 사법행정의 책임자로 임명된 사람의 도덕적 자질이 본질이다. 문재인정부의 도덕성에 직결된 문제로 이해한다”며 “과연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 촛불시위에 의해 권력을 위임받았다고 자임하는 정부가 보여주는 정치적 책임이라고 대통령이 말하는 거냐”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법과 제도, 나아가 정당정치의 규범들을 무시하고 뛰어넘는 것은, 민주주의 기본 원칙을 넘어서는 권력 남용 내지 초법적 권력 행사”라고 했다.

바른미래당은 조 후보자와 이해찬 민주당 대표를 형사 고발키로 했다. 의원총회 개최 용도로 사용 허가를 받은 국회 회의실을 조 후보자에게 내주는 등 각종 편의를 제공한 것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을 위반했다는 주장이다. 바른미래당 측은 “이 대표는 사용신청권자가 타인이 주관하는 회의 또는 행사를 위해 사용 신청을 대리하거나 허가받은 목적 외로 사용해선 안 된다는 국회 내규를 어겼다”며 “빠른 시일 내에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내겠다”고 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