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간담회 직후 검찰의 참고인 소환·압수수색…다시 가속페달

입력 2019-09-03 17:23

검찰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을 의학논문 제1저자로 선정한 교수를 소환 조사하는 한편 조 후보자 아내의 대학 연구실을 압수수색했다. 조 후보자가 인사검증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들에 대해 장시간 해명한 기자간담회가 끝난 지 불과 8시간 만의 강제수사였다. 동시다발적 압수수색과 참고인 소환 이후에는 핵심 피의자들에 대한 조사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고형곤)는 3일 오전 조 후보자의 딸 조모씨가 서울 한영외고 재학 시절 작성한 의학논문의 책임저자 장영표 단국대 교수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장 교수를 상대로 조씨가 2007년 고교 1학년 때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인턴십에 참여한 경위, 조씨를 2008년 12월 확장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E)급 의학논문 제1저자로 등재해준 근거를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장 교수는 앞서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제1저자 선정을) 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렇게 부끄럽진 않다”고 했다.

장 교수는 그간 언론을 통해 “조 후보자 부인이 아이 엄마를 통해 요청했다”고 조씨를 지도한 경위를 설명했고, “외국 대학 간다고 해서 그렇게 해 줬는데 나중에 보니까 고려대에 갔다고 해서 실망했다”고도 말했다. 법조계는 조씨의 2010년 고려대 입시 과정에 철회됐어야 할 논문 실적이 사용된 점이 입증되더라도 장씨가 피의자 신분이 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해석한다. 업무방해죄의 공소시효가 7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원이 장 교수의 연구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고 검찰이 장 교수를 신속히 소환한 사실을 눈여겨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조씨의 2015년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합격 과정에 문제의 논문이 쓰였을 가능성을 검찰이 배제하지 않는 것이란 관측이다. 조 후보자는 딸의 제1저자 등재에 대해 “나도 의아하다”고 말했다. 다만 조씨의 논문이 2015년 의전원 입학전형 당시엔 제출된 일이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이날 조 후보자의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근무하는 경북 영주 동양대 교양학부 사무실에도 수사인력을 보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문서들을 확보했다. 정 교수가 딸의 고교 시절 인턴십 참가 과정에서 주고받은 이메일 등 연락 내용 등을 확인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딸 조씨의 단국대, 공주대 인턴십을 아는 이들은 정 교수의 역할을 증언한 바 있다. 정 교수는 동생이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 주식을 매입하기 10일 전 3억원을 대여하는 등 ‘가족 사모펀드’ 투자 과정에도 깊이 개입해 있다.

검찰은 이와 함께 서울대 연건캠퍼스 의과대학 행정실, 경기 성남의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도 압수수색했다. 조씨는 부산대 의전원 합격 이전 서울대 의전원에 지원, 탈락했었다. 이때 조씨가 제출한 서류 등을 확보하려는 수사라는 관측이 나왔다. 코이카 압수수색은 조씨의 비정부기구(NGO) 협력 봉사활동 이력이 사실인지 따지는 과정이라고 전해졌다. 조씨는 부산대 의전원 합격 뒤 대학 커뮤니티에 합격 수기를 올리면서 자신이 코이카 몽골 봉사대표로 활동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후보자가 기자간담회에서 “불법은 없었다” “나는 몰랐다”는 취지로 장시간 해명을 쏟아냈음에도 검찰 수사는 오히려 가속화하는 모양새다. 증인이 없는 기자간담회에서는 조 후보자 딸의 단국대 의대 인턴십 참가 경위, 각종 장학금 지급 경위 등이 명쾌해지기보다 오히려 혼란스러워졌다는 지적이 많다. 관련자와 기관들의 입장이 조 후보자의 입장과 어긋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검찰 수사를 통해 규명될 것으로 보이는 대표적인 대목은 ‘제1저자’ 논문을 낳은 단국대 인턴십을 누가 만들었는지 여부다. 조 후보자는 “아이가 다니는 고교의 해당 담임 선생님, ‘디렉터’가 설계한 것” “실제 만드신 선생님이 따로 있다”고 했지만 한영외고 측은 언론을 통해 “공식 운영 인턴십은 없었던 것”이라고 밝혔었다.

도피성 출국을 한 코링크PE의 대표 등도 향후 수사의 ‘키맨’으로 꼽힌다. 조 후보자 가족이 코링크PE에 얽히는 과정을 풀기 위해서는 조 후보자의 5촌 조카 조모씨의 검찰 수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조 후보자는 처남 정모씨가 코링크PE 주식을 액면가의 200배에 이르는 가격으로 사들인 점에 대해 “나도 의아하다”고 했다. 조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았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