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비정규직 전원 정규직 전환…국립대병원 최초

입력 2019-09-03 17:10 수정 2019-09-04 13:49
김연수 서울대병원장(오른쪽)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 김진경 지부장이 3일 파견·용역 정규직 전환 노사합의서에 서명을 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제공

서울대병원이 국립대병원 최초로 비정규직 노동자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서울대병원은 노사 합의에 따라 올해 안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절차를 마칠 계획이다. 자회사를 설립을 통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하던 국립대병원이 자회사 설립안을 철회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서울대병원은 3일 “파견·용역 비정규직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라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대병원 김연수 원장과 노동조합은 파견·용역 정규직 전환 노사합의서에 서명을 하고, 오는 11월 1일까지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 절차를 완료하는 것에 합의했다.

이번 노사 합의에 따른 서울대병원의 정규직 전환 대상자는 총 614명이다. 환경미화, 소아급식, 경비, 운전, 주차, 승강기 안내 등 직종에 종사 중인 비정규직 전원이 정규직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노동자들은 기존 정규직에게 적용됐던 단체협약을 모두 적용받으며, 복리후생도 차별 없이 똑같이 조건으로 적용받게 된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향후 노사전문가협의기구에서 정규직 전환 절차와 관련한 세부사항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서울대병원 노사는 서울시와의 협의를 통해 보라매병원의 하청 노동자 200여명도 정규직으로 추가 전환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보라매병원은 서울대병원이 서울시로부터 위탁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성명을 통해 “이제 다른 국립대병원들도 더 이상 자회사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직접고용해야 한다. 정부와 공공기관도 외주화의 폐혜를 인정해야 한다”며 “정규직과 차별 없는 노동조건을 적용하기로 한 것은 중요한 성과다. 서울대병원의 이번 합의가 공공부문에서 무분별하게 확산된 외주화를 중단시키고 대대적인 직영화로 이어지는 새로운 시작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도 서울대병원 노사의 정규직 전환 합의 결정을 반겼다. 노조 관계자는 “국립대병원이 그동안 정규직 전환과 직접 고용 등의 문제를 두고 서로의 눈치를 보느라 노사 간의 원활한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며 “서울대병원의 이번 결정을 계기로 다른 국립대병원들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물결에 동참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국립대병원은 자회사를 설립해 파견·용역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노조 측은 자회사 설립 방식이 기존 파견·용역업체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고, 정규직-비정규직간 실질적인 차별을 해소하기 어렵다며 반발했다. 지난달 22일에는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전국 국립대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회사 설립 철회와 정규직 전환, 직접 고용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총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