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기자간담회에 대해 대학생·시민들의 반응은 극과 극이었다. 한쪽에선 “자료나 증인도 없는 간담회를 악용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또 다른쪽에선 “법무부 장관으로서 자질이 증명됐다”는 말이 나온다.
조 후보자 임명 철회 집회를 열었던 서울대, 고려대 학생 커뮤니티에는 3일 그를 비판하는 글이 수백 개 올라왔다. 이들은 조 후보자가 기자간담회에서 ‘모른다’고 일관한 것을 지적했다. 한 학생은 “조 후보자의 딸 부정 입시 의혹, 사모펀드 투기 의혹이 공직자의 윤리적 기준에 부합하는지를 묻는 자리인데 조 후보자는 ‘불법이 아니다’ ‘수사 중이다’라는 답변만 반복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피의자가 법적 대응을 하는 방식으로 빠져나가려 했다. 법무부 장관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글은 다수의 동의를 받았다. 또 광화문에서 촛불 집회를 열어야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직장인 6년차 박모(33)씨도 “기껏 간담회를 열어놓고 예민한 질문에는 답변을 피하는 조 후보자를 보며 임명 반대 의견이 확고해졌다”고 말했다. 공무원 강모(31)씨는 “정의를 외쳤던 조 후보자의 이중성에 실망을 한 차였는데, 간담회에서도 ‘당시 제도가 그랬다’ ‘문제가 된 돈은 기부를 하겠다’ 등 기존 기득권 세력이 할 만한 말을 해서 더욱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반면 조 후보자를 옹호해오던 시민 사이에선 정 반대의 흐름이 나타났다. 서울 영등포에 사는 문모(57)씨는 “기자들이 정작 판을 깔아주니 제대로 된 질문을 못 던지지 않았나. 그만큼 비리를 증명하는 팩트가 없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안 그래도 조 후보자 비판 기사를 걸러 보고 있었는데 이번 간담회를 보고 끝까지 조 후보자를 믿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 임명 찬성 의견이 다수였던 커뮤니티들에서도 ‘쏟아지는 질문에 침착하게 대답하는 조 후보자의 카리스마가 돋보였다’ ‘장관 자질이 입증됐다’는 내용의 글들이 올라왔다. 조 후보자에게 부정적인 질문을 던진 기자들의 얼굴과 소속이 포함된 명단을 공유하며 공격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회학과 교수는 “커뮤니티에서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끼리 의견을 응집하고 다른 의견은 죄악시하는 현상(확증편향)이 조 후보자 논란에서 극대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미 조 후보자에 대한 집단 의견이 형성된 이후라 별 새로운 내용이 없었던 간담회는 오히려 자신의 의견을 공고히 하는 도구가 됐다”고 분석했다. 조 후보자가 ‘모른다’고 반복해 답변한 것, 그럼에도 침착했던 태도, 기자들의 부실한 질문 등 여러 요소 중 자신이 보고 싶은 면만 본다는 것이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조 후보자에 대한 의혹들이 정치권 제도 밖에서만 다뤄지다 보니 소모적인 갈등만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의 청문회 제도야말로 자료 제출, 증인 채택 등을 통해 사실 관계만으로 의혹을 제기하고 해명하기 위한 제도”라며 “여당과 야당은 이런 제도를 활용하지 못했고 ‘기자 청문회’라는 형식적인 자리는 논란만 가중시켰다”고 비판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 교수는 “근본적으로 조 후보자가 불평등한 입시 제도의 원인과 본인의 생각 등 평소 말해왔던 진보적인 가치관을 드러냈어야했는데 의혹에 대해 방어적인 답변만 했다”며 “그러다보니 여론도 후보자의 장관 자질보다는 의혹에만 쏠려있다”고 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