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이 협상 일정을 잡는 일에서조차 난항을 겪는 등 갈수록 꼬여가고 있다. 양국이 지난 1일(현지시간) 상대 제품에 추가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중국 정부가 미국의 추가관세 부과 조치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키로 하면서 양측의 관세전쟁만 날로 격화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금융시장을 진정시키고 미·중 대화가 진전되는 것처럼 묘사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계 양대 경제 강국은 서로에 대한 불신 탓에 재협상의 기본 조건에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주 양측의 전화통화에서 미국은 다음 무역협상에 다룰 분야의 범위 설정을, 중국은 새로운 관세 부과 조치의 연기를 상대방에 요구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양국은 이달 중 미국 워싱턴DC에서 열기로 했던 고위급 무역협상의 구체적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현 국면에서 손해를 보는 것은 중국이라 합의를 원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른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관료들은 관세와 같은 강경책에 굴복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며 “그들은 트위터를 통해 기습적으로 방침을 바꾸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으로 인해 회담 날짜를 정하게 되는 일을 경계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측 대화가 공전하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수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관세전쟁만 확대되며 양국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미국은 1일 예고한대로 3000억달러어치 중국 제품 일부에 15% 관세 부과를 강행했고, 중국도 이에 맞서 750억달러어치 미국 제품 일부에 10% 관세 부과를 시작했다. 중국 상무부는 여기에 더해 2일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의 추가관세 부과 조치는 일본 오사카 미·중 정상회담 합의에 위배된다”며 이를 WTO 분쟁해결기구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이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해 WTO에 이의제기를 한 건 이번이 세번째다.
다만 일부 트럼트 행정부 관료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내년도 재선 캠페인으로까지 연장될 것으로 보이는 무역 전쟁 탓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요동치는 상황을 깊이 우려하고 있다. 그들은 협상이 결렬되지 않도록 애쓰고 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미·중 무역협상을 이어나가는 데 필요한 제반 조건들을 창출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