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으로 건너간 중국 부채 보러 오세요

입력 2019-09-04 06:00
18∼19세기 동서 교역의 중심 물품은 차와 비단, 도자기였다. 그 외에도 다양한 물품이 거래됐는데, 부채도 그중 하나다. 유럽에서 부채는 15세기경 포르투갈 상인들이 중국과 일본에서 접는 형태의 부채를 들여오기 시작한 이래, 16세기 이후 유럽 귀족들에게 인기 있는 소품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특히 프랑스의 루이 14세 무렵에는 중국의 부채 제작 기술이 도입돼 부채는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 전체에 퍼져나갔고, 17, 18세기에는 신분의 상징이자 여성의 필수 장식품이 됐다.
채색풍속화접선

서울 종로구 평창8길 화정박물관이 2019 하반기 기획전으로 ‘유럽으로 건너간 중국부채’특별전을 마련했다. 전시에는 화정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중국에서 제작해 유럽으로 수출한 19세기의 중국 부채 및 유럽 부채, 관련 자료 90여 점이 나왔다.
채색풍속화접선 부분.

전시는 첫 번째 공간에서 중국의 부채 문화를 살펴본 뒤 두 번째 공간에서 부채의 수출 과정을 다룬다. 당시 교역의 중심지였던 광저우 일대의 상인들과 부채 장인들은 시장의 요구에 호응해 서구 시장에서 유행하는 크기와 형태, 소재들을 반영해 제작했다. 반제품으로 수출해 유럽에서 나머지 부분을 완성하는 방식도 흔했다. 유럽 귀족들은 광저우를 출입하는 상인을 통해 가문이나 개인의 문장, 머리글자를 넣은 부채를 주문하기도 했다.
브리제부채.

세 번째 공간에서는 대표적인 수출 부채인 채색풍속화 접선(접는 부채)과 상아 부채를 소개한다. 채색 풍속화 접선은 부채 앞면에는 인물 풍속을, 뒷면에는 꽃과 새를 주로 그려 넣었다. 등장인물의 얼굴은 상아를 작고 얇게 잘라 붙이고 의복은 비단을 오려 붙여 장식했다.
브리제 부채 부분.

부채 전체를 상아를 조각해 장식하는 브리제 부채도 다량 제작·수출됐다. 이외에도 자수 법랑 칠기 나전 등 다양한 소재로 제작된 부채들이 유럽으로 팔려나갔다. 내년 2월 6일까지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