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신문은 2일 ‘또 전쟁 발언, 의원으로 눌러앉아 있는 것을 용서할 수 없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마루야마 호다카(丸山穗高·35) ‘NHK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당’ 소속 중의원 의원이 국회를 모독했다고 비판했다. 마루야마 의원이 지난달 트위터에 “(독도를) 전쟁으로 되찾을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라고 적은 것을 국회 모독성 발언이라고 규명한 것이다.
마루야마 의원은 지난 5월 일본과 러시아가 영유권 분쟁 중인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을 되찾기 위해 전쟁이라도 해야 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중의원이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는 결의를 가결했지만 지난달 또다시 전쟁으로 영토분쟁을 해결하자는 발언을 되풀이하자 마루야마 의원을 비판하고 나섰다.
아사히는 “헌법 9조도 유엔 헌장도 무력에 의한 국제 분쟁의 해결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매우 중요한 원칙을 한 번 돌이켜보지도 않고 발언을 반복하는 것은 국회의원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한일 관계는 지금 징용공 문제 등을 계기로 국교 정상화 이후 가장 어려운 상황에 있다고 한다. 양 정권에 의한 주고받기식 대응이 경제 관계나 시민 교류에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사태”라며 “양국 정치가에게 요구되는 것은 대립 감정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특히 아사히는 일본유신회에서 제명된 마루야마 의원을 ‘NHK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당’이 입당시켜준 것에 대해 “책임이 매우 무겁다”고 지적했다. 또 “여야 정당이 일치해서 의원 사퇴를 압박할 의사를 명확하게 보여줘야 한다”고도 말하며 정당에도 책임이 있음을 명확히 했다.
도쿄신문은 마루야마 의원의 ‘독도 전쟁’ 트윗이 그가 앞서 북방영토와 관련해 전쟁 발언을 했을 때만큼 크게 보도되지 않은 것에 주목했다. 전쟁연구가 야마자키 마사히로(山崎雅弘)씨는 “전쟁을 쉽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으며 마루야마씨의 발언도 그 일부분”이라고 도쿄신문에 말했다.
또 사와후지 도이치로(澤藤統一郞) 변호사는 1940년 제국의회 시절 사이토 다카오(齊藤隆夫) 중의원 의원이 중일전쟁에 의문을 제기하며 군부를 비판했다가 제명됐지만 효고(兵庫)현 유권자들이 그를 다시 당선시킨 것을 거론하며 “마루야마씨를 국회로 보낸 지역구민의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개개 의원의 발언에 정부가 논평하는 것은 삼가고 싶다”고 해 마루야마 의원의 발언을 용인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그러는 사이 마루야마 의원은 3일 자신의 트위터에 “언론봉쇄의 압력에 굴하지 않겠다”며 “문제제기이니 헌법상으로도 법률상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자신을 향한 언론의 비판을 ‘언론봉쇄’라고 칭하며 자신의 발언에는 어떤 문제도 없다는 입장을 다시금 강조한 셈이다.
그는 “결정권과 협상권을 가진 역대 정치가는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에 대해 무엇을 해왔느냐”며 “(한국 국회의원의 독도 방문에 대해) 일본 국회는 비난 결의 이야기도 하지 않고 있다. 진짜 이대로 좋은 것이냐”고 비판했다.
일본 정부를 대변하는 스가 관방장관이 입을 다무는 동안 미야코시 미쓰히로(宮腰光寬) 영토문제담당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회법에 따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적절한 외교노력을 계속해 가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