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법 제정 20년...정부예산·기증자 10%미만 그쳐

입력 2019-09-03 16:29 수정 2019-09-03 16:32
3일 부산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3회 장기기증의 날 기념식 및 장기기증 활성화 심포지엄에 참가자들이 주제발표와 토론회를 갖고 있다

장기기증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20년이 됐지만 정부의 예산지원과 장기기증자가 모두 10% 미만에 그쳐 ‘생명나눔’에 대한 인식 재고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3일 부산시청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제3회 장기기증의 날 기념식 및 심포지엄에서 한국장기기증협회 강치영 회장은 ‘뇌사자 장기기증 중심으로-장기기증 활성화 방안’ 주제발표에서 이 같이 지적했다.

이날 행사는 부산시와 (사)한국장기기증협회가 9월 9일 장기기증의 날 기념 주간을 맞아 한국장기기증학회와 민간단체와 협력해 개최한 것으로, 장기 및 인체 조직 기증에 대한 사회적인 함양과 인간사랑, 생명 나눔의 문화 확산을 조성하기 위해 개최됐다.

박기홍 부산MBC 아나운서 실장의 사회로 진행된 1부 기념식에서는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해 수고한 공로자의 표창과 함께 부산 CBS 콰이어의 축가, 살아있을 때 생면부지 타인에게 자신의 두 개의 콩팥 중 1개를 간의 절반을, 백혈병 어린이를 위해 골수를 각각 기증해 세 사람을 살린 살아있는 의인 김영옥씨의 간증이 있었다.

표창은 장기기증 활성화에 기여한 센텀모빅스피부과 박근 원장과 안기찬·조성부·신효경씨 등이 수상했다.

이어 구정회 한국장기기증협회 명예이사장(은성의료재단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장기기증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제도적 개선을 통해 부산을 중심으로 의료관광과 함께 장기기증 및 조직기증을 통한 더불어 함께 사는 생명이 넘치는 도시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병문 부산시 보건위생과장은 “장기이식 대기자는 갈수록 늘어가고 있지만 기증자는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며 이에 따라 환자와 그 가족들의 고통이 나날이 커져가고 있다”며 “시에서는 앞으로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생명나눔사업이 활성화되도록 최선의 지원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진수 부산시교육청 부교육감은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일보다 더 가치있는 일은 없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한 좋은 방안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부에는 부산시민의 장기기증 의견조사를 토대로 강 회장의 주제발표에 이어 뇌사자 장기이식 시대를 정착시킨 주종우 박사(좋은강안병원 간담췌간이식외과장)이 좌장을 맡고, 토론에 김미애 변호사(법무법인 한올 대표), 복춘희 지부장(한국장기기증원 영남지부), 곽명섭 국장(부산일보 의료산업국) 등이 나섰다.

강 회장은 주제발표에서 “국내에 장기기증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지 20년이 지나면서 뇌사자 한 명이 최대 9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지만, 해마다 6000~7000명이 넘는 뇌사자가 발생해도 2016년 573명, 2017년 515명, 2018년 449명, 올해 기증자수는 213명으로 나타나 실제, 기증자 수는 500명도 채 되지 않아 10%도 미치지 못한다”고 밝혔다.

그는 “뇌사 기증 환자를 통해 실낱같은 장기이식 희망을 가지고 있다가 이식을 받지 못하고 죽어가는 환자가 하루에 5.2명이나 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해 연간 150억~200여억원의 예산이 필요한데 최근 3년의 장기기증 정부예산은 2017년, 2018년 16억3500만원, 2019년 14억5000만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강 회장은 “장기기증에 관한 그리고 기증자 예우에 관한 전수 조사를 통해 장기기증 선진국의 사례와 제도적인 보완과 중앙정부의 예산을 효율화해 범국민적 장기기증 거브넌스 시스템을 작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국장기기증학회가 도시와 공간에 의뢰해 부산시민의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한 설문 조사 결과 장기기증에 관한 법률을 제정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해마다 뇌사자 장기기증의 감소 이유에 대해 ‘의료기관 및 정부와 관리기관의 실수와 무관심, 정책 실패’가 75%, ‘언론과 관련 민간단체의 의지 부족’ 25% 등으로 조사됐다.

또 뇌사 등 장기기증 서약자의 장기기증 서약 정보 공유시스템 미작동에 관한 질문에 대해서는 ‘국회, 정부의 무관심’이 73.4%로 압도적이며, ‘병원 등 관련 단체의 의지 부족’이 26.6%로 나타났다.

선진국에 비해 장기기증자가 적은 이유에 대해서는 ‘장기기증에 대한 사회인식의 부족’이 71%, ‘홍보 부족’ 12%, ‘종교적 이유’가 각각 5.6%로 나타났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