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낳으면 100점? 결혼·출산 女 책무아냐… 몰상식” 정갑윤 향한 잇단 비판

입력 2019-09-03 16:12 수정 2019-09-03 16:32
뉴시스

정갑윤 자유한국당 의원이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게 “출산만 하면 100점”이라는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여성단체와 정치권은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며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2일 성명을 통해 “결혼과 출산은 국가를 위한 여성의 책무가 아니다”라며 “정갑윤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의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정 의원은 조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아직 미혼인 것으로 아는데, 대한민국의 제일 큰 문제는 출산을 안하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훌륭한 경력을 갖고 있지만, 국가에 대한 책임도 다하라”라고 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즉각 성명을 내고 “결혼과 출산을 연관 짓고 여성을 출산의 도구로 여기는 성차별적이고, 전근대적인 어처구니없는 발언”이라며 “결혼과 출산을 국가를 위한 여성의 책무라고 생각하는 정 의원의 사고방식은 참담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개인의 결혼과 출산 여부는 독점과 불공정 거래에 관한 사안을 심의 의결하기 위해 설립된 공정거래위원회의 위원장 후보 검증을 위해 인사청문회에서 다뤄야 할 사안이 결코 아니다”라며 “국회는 성차별적이고 반인권적 질문을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에게 던진 정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심사위원회에 회부하여 징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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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비판 목소리가 잇따랐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국당은 여성을 주체적인 인격체로 인정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여성을 ‘출산의 도구’로 생각하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며 시대에 뒤처진 성 인식을 자명하게 드러낸 것”이라며 “명백한 성차별적이자 시대착오적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김홍균 바른미래당 청년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정 의원의 발언은 토사물과 다를 바 없다”라며 “대한민국의 모든 출산 경험이 없는 여성을 모욕하는 행위이다. 출산하지 못한 여성은 2등 시민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여성의 국가발전에 대한 기여가 혼인과 출산이 전제돼야 한다는 식의 폭력적 발언에 심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유상진 정의당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정 의원은 몰상식한 발언을 했다. 공정거래위원장직을 수행하기 위한 자질을 검증하는 것보다도 단지 후보자의 성별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결혼과 출산에 관련된 질문을 하며 훈수까지 뒀다”며 “출산 여부와 국가발전에 기여한 정도를 연관시키는 것은 명백한 여성차별”이라고 전했다.

정의당 여성본부도 서면 논평을 통해 “고작 이런 발언이 2019년 인사청문회에서 나왔다는 현실이 한탄스럽다. 결혼·출산 여부가 대체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라는 직책과 자리에 무슨 상관이 있는가”라며 “지금의 결혼제도를 선택하지 않는 다양한 이들이 있다. 지금의 국회는 다양한 개개인들의 생애주기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정책적으로 해야한다. 결혼하지 않은, 출산하지 않은 여성은 국가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인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위원장이 될 수 없는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2019년을 사는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각자가 원하는 삶을 추구할 권리가 있으며 국회의원은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국민들의 삶, 특히 여성의 삶에서의 생애주기를 읽어내는 관점이 문제적임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정 의원은 “출산율 문제가 심각해 애드리브로 한 말”이라며 “후보자에게 상처를 주기 위해 한 말은 아니었다. 사과한다”고 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