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양국이 첨예한 무역 갈등을 겪는 가운데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일본의 수출 규제에 따른 대책 마련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일본기업과 거래관계에 있는 국내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산업계 영향과 대응과제’를 조사한 결과, 중소기업은 4곳 중 1곳(26.0%)만이 대책을 마련했거나 중비중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3일 밝혔다. 반면 대기업의 경우 4곳 중 3곳(73.0%)이 이미 대책을 마련했거나 준비 중이라고 답했다.
대응방안을 마련했거나 준비 중인 기업들은 구체적인 대책으로 ‘신규 거래처 확보’(46.7%), ‘기존 거래처와 협력 강화’(20.3%), ‘재고 확보’(8.6%), ‘일본외 지역 개발’(6.6%), ‘독자기술 개발’(6.1%) 등을 꼽았다.
응답 기업의 66.6%는 이번 한일 무역 갈등으로 “일본기업과의 거래관계에서 신뢰가 약화됐다“고 했다. 한일 간 경제협력 방향에 대해서는 “일본 의존도를 낮추고 협력 축소할 것”이라는 응답이 56.0%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일시적으로 관계 악화돼도 협력을 지속할 것’이라는 응답도 44.0%로 조사됐다.
수출규제가 장기화될 경우 응답기업의 55.0%는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피해가 없을 것’이라는 응답은 45.0%였다. 업종별로는 관광(87.8%), 반도체(85.4%) 등의 산업에서 ‘피해가 있을 것’이란 응답이 높게 나왔다. 반면, 조선(18.6%), 전지(38.7%) 등의 산업은 상대적으로 피해를 예상하는 응답이 낮았다.
현재 상황은 어렵지만 상당수 기업은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봤다. 일본 수출규제가 우리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응답기업의 55%가 ‘산업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업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란 응답은 30.6%에 그쳤고, 14.4%는 ‘영향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정부가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을 발표한 것에 대해 기업들은 ‘기술개발(R&D) 세액공제 확대’(37.8%), ‘대-중소기업 협력체계 구축’(32.0%), ‘규제 혁신’(19.4%), ‘인수합병(M&A) 등 해외기술 구입 지원’(10.8%) 순으로 지원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규제 개선과제로는 ‘화학물질 등록・관리 등 환경규제’(26.0%), ‘근로시간 등 노동규제’(25.2%), ‘일감몰아주기 등 내부거래규제’(24.8%)등을 우선순위로 꼽았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