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마을버스 기사들은 음주 단속 전용 CCTV 앞에서 음주 측정기를 불어야 한다.
서울시는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새 음주측정관리시스템 도입한다고 3일 밝혔다. 지난 6월 만취한 마을 버스 기사가 송파·강남 일대를 운행해 적발되는 등 관리에 허점이 드러나자 개선책을 내놓은 것이다.
기존 음주 측정 방식은 기사 양심에 의존하는 ‘셀프 측정’이었다. 경찰이 사용하는 음주 측정기와 같은 기기를 버스 배차실에 배치해놓고 버스 운전자들이 버스에 타기 전 스스로 측정기를 불게 했다.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오면 음주측정관리 대장에 서명한다. 배차실의 사무직원인 배차원은 이를 지켜보게 한다. 하지만 이같은 방식으로는 배차원이 자리를 비우거나 한눈을 팔면 음주 기사를 걸러낼 수 없었다.
CCTV로 음주 측정 상황을 찍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지만 형식적으로 운영됐다. 해당 CCTV가 배차실 내부 전체를 감시하는 용도라 음주 측정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기 어려웠다. 버스 기사가 대리측정을 맡기거나 모자를 눌러쓰거나 CCTV를 등지면 식별할 방법이 없었다. CCTV를 실시간 감시하고 있는 사실상 사람도 없었다.
새 음주측정시스템에는 ‘꼼수 회피’ 방지를 위한 견제 시스템이 도입됐다. 먼저 버스 기사가 지문으로 본인임을 인증하도록 해 대리측정을 원천 차단한다. 음주 단속 전용 CCTV를 추가 설치해 측정자의 얼굴, 측정 과정을 자세히 찍는다. 찍은 영상과 음주 측정 결과는 서울시와 버스회사에 실시간으로 전송된다. 측정 결과가 음주 상태로 나오면 즉시 관리자에게 문자가 가 버스 기사가 운전할 수 없도록 한다.
새 시스템은 모든 시내버스회사(영업소 포함 총 139개소)에 오는 11월까지 설치할 예정이다. 내년 3월까지는 마을버스(총 142개소)의 설치도 마칠 계획이다.
음주 버스 기사 논란은 지난 6월 만취 마을버스 기사 사건 이후 증폭됐다. 혈중알코올농도는 0.1%로 면허취소 수준이었던 A씨(56)는 송파구 버스업체 차고지에서 강남구 압구정동까지 1시간 동안 약 10km를 운행했다 경찰에 적발됐다. 조사 결과 A씨는 음주 측정도 안 하고 버스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A씨가 버스를 탄 곳이 배차실이 아닌 영업소였던 탓에 적절한 감시 수단조차 없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