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빈 빌라화단, 동네공터, 시장에 정원 조성…해방촌이 녹색지대로 변한다

입력 2019-09-03 11:15
2019 서울정원박람회장 배치도

남산 아래 언덕 위, 오래된 동네 ‘해방촌(후암동)’ 일대가 발길 닿는 곳마다 꽃과 나무, 쉼터가 있는 정원마을로 변신한다. 해방촌오거리 버스정류장, 텅 빈 빌라화단, 평소 폐지가 쌓여있던 동네 공터, 신흥시장 등 동네 곳곳에 도심재생형 정원이 조성된다.

서울시는 ‘2019 서울정원박람회’를 앞두고 주 무대인 해방촌 일대 32곳에 동네정원 만들기 작업을 4일부터 시작한다고 3일 밝혔다. 동네정원은 전문 정원 디자이너부터 조경 관련학과 대학생, 시장상인과 지역주민까지 80여명의 손길을 거쳐 10월 초까지 완성된다.

‘2019 서울정원박람회’는 서울의 대표적인 도시재생 지역인 서울로 7017(서울역 고가산책로)과 해방촌 일대에서 다음달 3일부터 9일까지 열린다.

서울시는 올해로 5회째를 맞는 ‘서울정원박람회’ 개최지로 기존 대규모 공원(월드컵공원·여의도공원)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노후 도심 주거지인 용산구 해방촌을 택했다. 그동안 노후화되고 있는 도심 공원들을 ‘정원’으로 새단장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면 올해는 ‘정원’이 주민 일상에 스며들어 지역 활력의 씨앗이 되는 ‘도시재생형 정원박람회’를 새롭게 시도한다.

용산구 해방촌은 해방 이후 이북에서 월남한 실향민들과 6·25전쟁 이후 피난민들이 임시 정착해 형성된 마을이다. 70년대 산업화 시대에는 니트산업이 부흥했지만 80년대 니트산업과 봉제산업이 쇠퇴하면서 인구 유출과 지역상권 침체로 이어졌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 2015년 해방촌 일대를 ‘서울형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지정,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로 7017은 차량길로 수명을 다한 서울역고가를 사람길로 재생해 지난 2017년 5월 국내 최초의 고가 보행로로 개장했다.

시민이 공원 내에 조성된 화려한 쇼가든을 찾아가서 보는 것이 아니라 정원이 시민의 일상으로 스며드는 새로운 정원박람회의 패러다임을 제시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특히 이렇게 조성된 동네정원 일부는 박람회가 끝난 후에도 철거하지 않고 남겨둬 지역주민들의 쉼터로 활용할 계획이다.

해방촌 일대에 들어설 32개 동네정원은 ‘어딜가든, 동네정원’이라는 슬로건과 ‘정원, 도시재생의 씨앗이 되다’는 주제로 작가정원, 학생 및 주민참여정원 등으로 다양하게 조성된다.

동네정원D(작가정원, 5곳)는 버스정류장, 데크사면, 폐지공터, 수직공원, 계단형부지 등 소외돼 있는 공터나 노후화된 공간을 작가(Designer)가 새로운 정원으로 조성하는 것이다. 동네정원S(학생정원, 5곳)는 조경 관련학과 및 정원에 관심있는 학생(Student)들이 생활공간인 빌라 화단을 이용해 정원을 조성하는 것이다. 동네정원R(주민정원, 8곳)은 지역주민(Resident)으로 이뤄진 해방촌 동네정원사를 중심으로 조성한다.

특히 신흥시장 내부에는 해방촌의 지역특성을 반영해 국내 정원작가가 ‘초청정원’ 1곳을 조성한다. 해방촌 신흥시장 상인회와 동네정원사가 함께 만드는 ‘참여정원(13곳)’도 시장 내부에 조성해 방문하는 시민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최윤종 서울시 푸른도시국장은 “올해 5년차를 맞는 서울정원박람회가 시와 시민의 연결고리가 되어 도시재생형 정원박람회의 모범사례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며 “서울시는 ‘정원, 도시재생의 씨앗이 되다’라는 주제처럼 생활 속 정원문화와 정원산업이 활성화되도록 앞장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