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美장관 “北에 속는 것 같아 걱정” 암시…뉴욕타임스 보도

입력 2019-09-03 10:24 수정 2019-09-03 10:40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몇 주 전 외국 카운터파트들과의 비공개 회동에서 그는 미국 행정부가 북한에 ‘속고 있는 것 같은(being strung along)’ 걱정이 든다는 것을 암시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한국과 일본 관리들을 인용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강경화(왼쪽) 외교부 장관이 지난 8월 2일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열렸던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마치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가운데),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NYT는 비공개 회동의 성격과 시점에 대해 자세히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NYT가 한·일 관리들을 인용한 것을 감안할 때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로 태국 방콕에서 지난달 2일 열렸던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통해 마련된 자리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한·일 외교장관들에게 이런 우려를 전했을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된다.

NYT는 또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이 이번 여름 미 정부 내에서 엄선된 관료들에게 배포한 추정치에 따르면 역사적인 지난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대략 12개의 새로운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충분한 원료를 생산한 것으로 전했다.

NYT는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아주 일반적인(very standard)’이라고 표현한 북한의 마사일 시험은 북한 무기체계 진전의 신호’라는 기사에서 이 같은 사실들을 전했다. 북·미 고위급 협상의 미국 측 대표인 폼페이오 장관이 한·일 외교장관에게 북한의 의도에 대해 회의감을 은연 중에 표출한 것으로 분석된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미사일 시험을 좋아한다”고 말하면서 북한 미사일 시험 의미를 축소하는 것은 북한에게 무기 시스템을 발전시킬 수 있는 시간을 줬다고 비판했다. 북한은 계속된 시험으로 미사일 능력을 강화하면서 한반도 주변에서 미군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압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보도했다.

특히 북한 단거리 미사일의 빠른 향상은 한국·일본은 물론 한·일 양국에 있는 최소 8개 미군기지와 3만여 명이 넘는 미군들을 위협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주한미군 6개 기지와 주일미군 2개 기지가 북한 개성으로부터 사정권인 430마일(692㎞) 안에 있다는 것이다. 이 단거리 미사일들은 재래식 탄두와 핵탄두를 모두 탑재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비핀 나랑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정치학과 교수는 “이동식으로 발사되고 매우 빠른 속도로, 낮게 날아가는 북한 단거리 미사일은 미사일 방어 시스템에겐 악몽”이라며 “이런 기술이 장거리 미사일에 활용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나랑 교수는 이어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하지 않는 한 트럼프 대통령이 핵 있는 북한을 용인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면서 미국과 아시아의 주요 동맹국들 간에 분열을 조장하는 데에도 성공했다고 NYT는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25일 프랑스에서 열렸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뤄진 미·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북한 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 위반”이라고 말하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박했던 상황을 거론했다.

북한이 러시아 전략미사일인 이스칸데르의 기술을 도입한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것도 우려스런 대목이다.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미사일 요격시스템인 패트리어트 미사일과 이지스 미사일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