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캘리포니아 해안서 보트 화재… 잠자던 34명 사망·실종

입력 2019-09-03 09:45 수정 2019-09-03 10:49
미국 캘리포니아 해안 보트 화재. 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바버라 앞쪽 섬에서 정박 중이던 보트에 2일 새벽(현지시간) 화재가 발생해 탑승자 34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AP통신, CNN, 폭스뉴스 등에 따르면 화재는 이날 새벽 3시쯤 캘리포니아주 샌타바버라 남쪽, 말리부 서쪽 해상에 있는 산타크루스섬 연안에 정박해 있던 상업용 다이버 선박인 ‘컨셉션’호에서 발생했다.

화재가 난 보트는 선체 길이 22m(75피트) 정도로 산타크루스섬 북쪽 해안 18m 지점에 정박 중이었다. 컨셉션호는 화염에 휩싸인 뒤 뱃머리 일부만 남겨둔 채 수심 20m 바닷속으로 침몰했다. 산타크루스섬은 로스앤젤레스(LA)에서 북서쪽으로 140㎞ 떨어진 해상에 있다.

미 해안경비대는 이날 오후 “사고 선박 주변에서 시신 4구를 수습했다”면서 “나머지 탑승자 30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라고 밝혔다. 해안경비대 매튜 크롤 부지휘관은 AP통신에 “상업용 스쿠버 다이빙 선박에서 현재까지 탑승자 가운데 5명만 구조됐으며, 다른 탑승자 34명은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고 선박에는 승조원을 포함해 모두 39명이 타고 있었다고 대다수 미 언론은 전했다. AP통신은 크롤 부지휘관의 말을 인용해 갑판 아래쪽 선실에서 잠을 자고 있던 탑승자들은 대부분 사망하거나 실종됐으며, 갑판 위에 있던 승조원들은 구조됐다고 전했다.

사고 선박 탑승자의 한 가족은 현지 방송에 “선상에서 프로판가스 폭발이 있었다고 들었다”라고 주장했다. 해안경비대와 소방당국은 그러나 “현재로서는 화재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해안경비대 측은 “화재가 탑승자들이 탈출할 수 없을 정도로 급속도로 번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해안경비대에 따르면, 사고 선박으로부터 ‘배가 화염에 휩싸였다’는 조난 신고는 딱 한 차례 있었다. 조난신호는 이날 새벽 3시15분에 접수됐으나 상태가 고르지 못했다. 해안경비대는 헬기 2대와 쾌속정 등을 사고 해역에 긴급 투입했다.

사고가 난 보트는 샌타바버라에서 산타크루스섬까지 운항하며 스쿠버 다이버들을 실어나르는 방식으로 운영돼 왔다. 스쿠버 다이버들이 인근 해안의 산호초와 해양생물을 수중 탐사하는 데 이용하는 선박이다. 사고 선박은 1981년 건조됐으며 그동안 특별한 사고나 법규 위반 사례는 없었다. 46명이 최대 탑승 인원이며 110명을 위한 구명조끼와 뗏목이 갖춰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안경비대는 현재 산타크루스섬 북쪽 해안 주변에서 실종자 수색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편, 주LA 총영사관은 “현재 한국인 또는 한국 교민 탑승자가 있는지 확인 중”이라며 “지금까지 교민 안전과 관련해 문의해온 확인 전화는 없었다”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