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남성, 고시원서 숨진 채 발견…유서엔 “부모님 만수무강하길”

입력 2019-09-03 06:02 수정 2019-09-03 10:00
기사와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40대 탈북민이 경기도 안양의 고시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탈북 여성과 여섯 살배기 아들이 서울 관악구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된 지 약 한 달 만에 또다시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안양의 한 고시원에 살던 탈북 남성 A씨(45)가 지난달 31일 오전 숨진 채 발견됐다고 2일 SBS가 보도했다. A씨의 방에서는 ‘부모님 만수무강 바랍니다’라고 적힌 유서도 나왔다고 한다. A씨는 2005년 한국에 온 뒤 최근까지 기초생활수급자 지원을 받아 생활했다.

A씨는 수년간 안정적인 직업 없이 고시원을 전전했다. 숨지기 전 마지막으로 일한 주유소에서도 경유차에 휘발유를 넣는 실수를 해 전액 배상한 뒤 일을 그만둬야 했다. 우울증에 시달렸던 그는 알코올 중독 때문에 수차례 치료를 받은 전력도 있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A씨 시신의 부검을 의뢰, 정확한 사인을 파악할 방침이다.

지난 7월 31일 관악구 봉천동의 한 임대아파트에서도 탈북민 한모(42)씨와 아들 김모(6)군이 숨진 지 수개월 만에 발견됐다. 발견 당시 이들의 시신은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다. 오랫동안 수도세 등이 납부되지 않아 단수가 됐는데도 전혀 인기척이 없자 아파트 관리인이 방문했다가 이들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들의 집 안에는 식료품이 하나도 없었다. 물조차도 없었고, 냉장고에는 고춧가루만 남아있었다. 한씨는 2009년 한국에 온 뒤 중국 교포와 결혼했으나, 이혼 후 아들과 단둘이 살아왔다. 그는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린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 지원금은 양육수당 월 10만원이 전부였다.

경찰은 아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했지만, 국과수 부검 결과 ‘사인 불명’으로 결론이 났다. 뚜렷한 질병이나 손상이 발견되지 않았고, 약물이나 독물도 검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시 경찰은 “부검 감정, 현장 감식, 주변 탐문 결과 특이사항이 없어 내사 종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 모자가 숨진 채 발견된 뒤 탈북민 등 취약계층은 여전히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비판이 나왔었다. 정부는 이같은 일이 또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탈북민 취약세대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기초생활보장 특례를 확대하는 등 복지사각지대 최소화에 나설 계획이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