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마라톤 간담회’ 5가지 장면… 공개발언·눈물·모르쇠

입력 2019-09-03 00:28 수정 2019-09-03 09:54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답변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2일 오후 3시30분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국회 인사청문회가 무산되면서다. 9시간 넘게 진행된 ‘마라톤 간담회’의 주요 장면 5가지를 뽑아봤다.

△5촌 조카 향한 공개 발언 “귀국해 수사 협조하길”
조 후보자는 후보자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 운영사의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5촌 조카 조모씨를 언급했다. 후보자는 해외로 출국한 조씨를 향해 “하루빨리 귀국해서 진실을 밝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간담회를 통해 공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조씨는 조 후보자 일가가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 프라이빗에쿼티(PE)의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조씨는 검찰 수사를 앞두고 지난달 돌연 해외로 출국했다.

후보자는 “5촌 조카가 출국한 것을 보도를 보고 알았다”며 “하루빨리 귀국해 진실이 무엇인지 밝혀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 시점에서 제가 만약 5촌 조카에게 전화를 하게 되면 오해를 살 수 있어 일체 연락을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공개된 자리에서 분명히 말씀드린다. 저는 제 5촌 조카가 귀국해 수사에 협조하기를 강력히 바라고 있다”고 조씨를 향해 메시지를 남겼다.

△“제발 딸에게 그러지 말아달라” 눈물
가족에 대해 얘기하며 눈물짓기도 했다. 조 후보자는 “애초부터 명백한 허위사실임을 알면서도 고의로 비판하고 공격하는 것은 정말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며 “게다가 그것이 저의 딸아이와 관련돼 있을 때는 너무 힘들다”고 호소했다.

이어 “오후 10시에 혼자 살고 있는 딸의 오피스텔 앞에 남성 기자 두 명이 문을 두드리며 나오라고 했다”며 “그럴 필요가 있나. 그래야 하나”고 말했다. “제가 있는 집 앞에 서 있는 건 괜찮다. 남자 두 명이 그 늦은 시간에 두드리면 딸은 그 안에서 벌벌 떨면서 있다”며 “모든 책임은 내게 물어달라”고 했다. 눈시울을 붉힌 조 후보자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후 “감정적으로 욱해서 미안하다. 매일 딸에게 전화를 받다 보니 억눌려 있던 게 나타나 감정적으로 흔들린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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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에 사는 금수저면 보수여야 합니까”
조 후보자는 “사람들이 저를 ‘강남좌파’라고 부르는 걸 잘 알고 있다”며 “금수저로 태어나면 보수로 살아야 하나, 강남에 살면 보수로 살아야 하나”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저는 금수저라 하더라도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사회 개혁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통상적 기준으로 금수저가 맞다. 그래서 세상에서 저를 강남좌파라 부르는 것도 맞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금수저면 항상 보수로 살아야 됩니까? 강남에 살면 항상 보수여야 합니까?”고 물으며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남에 살아도 우리 사회가 보다 공평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기계적 유물론자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런 기회를 달라고 여기에 비난을 받으면서 와 있는 것”이라며 권력기관을 개혁하고자 하는 의지도 밝혔다. 조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의 제1국정과제 중 하나인 권력기관 개혁 문제는 제 평생의 소신”이라고 거듭 전했다.

△딸 장학금·제1저자·사모펀드 모두 “몰랐다”
딸의 장학금, 제1저자, 사모펀드 논란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조 후보자는 딸 장학금 특혜 의혹에 대해 “서울대 총동창회 장학금을 신청하거나 전화하거나 환경대학원 어느 누구에게도 연락하지 않았다”면서도 “어떤 기준으로 장학금 선정이 됐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장학금을 반납하려 했지만 할 수 없었다고도 해명했다. 조 후보자는 “딸이 부산대 의전원으로 가게 된 상태에서 서울대 대학원 휴학을 할 때 대학원에서 장학금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학교를 휴학하게 됐으니 장학금을 반납하려고 장학회에 전화했는데 반납이 불가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의학 논문에 딸이 제1저자로 등재된 데 대해서는 “지금 보면 저도 의아하다고 생각된다”면서 “당시에는 판단 기준이 느슨하거나 책임 교수의 재량에 달려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사모펀드 의혹에 대해서는 “투자를 한 건 사실이나 어떻게 돌아가는지 애초에 몰라 이번에 공부하게 됐다”고 전했다. “블라인드 펀드라 운용상 어디에 투자되는 것인지를 투자자에게 알려주지 않도록 설계돼 있고 그것을 알려주면 불법”이라며 “따라서 모를 수밖에 없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동생 위장 이혼? “그럼 원수로 살아야 합니까”
동생의 위장 이혼 논란도 언급했다. 조 후보자는 “많은 분들이 왜 이혼한 전 제수와 돈거래하냐고 한다”며 운을 뗐다. “전 제수가 제 동생과 결혼한 뒤에 동생 사업이 잘 안 풀렸고 전 제수가 동생 생활비를 대주는 생활이 계속돼 이혼하게 됐다”며 “이혼해도 아이가 있기에 아이에게는 이혼 이야기를 하지 않고 동생이 주말마다 왔다 갔다 했다”고 설명했다. “부산에 가면 아이도 보고 전 제수랑 밥을 먹는다”며 “아이를 저희 어머니가 돌봐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빌라 매입자금 명의신탁 의혹에 대해서는 “이혼 위자료와 양육비 명목”이라는 기존 해명을 이어갔다. 앞서 조 후보자의 전 제수는 2014년 12월 빌라를 2억7000만원에 매입했는데 같은 날 조 후보자의 아내가 아파트를 같은 가격에 전세로 내줬다. 이 때문에 조 후보자 측이 매입대금을 대신 내주고 명의신탁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조 후보자는 이에 대해 “전 제수가 이혼할 때 위자료를 못 받았고, 전세 2억7000만원은 어머니 용이었다”며 “어머니는 죽을 때 (전세금을) 손자에게 줘야겠다고 했고 그런 과정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조 후보자의 아내가 2억7000만원을 전 동서에게 증여했다는 취지다.

조 후보자는 “법률적으로는 증여 문제가 있다”면서도 “증여세는 전 제수가 낼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혼하면 관계 끊고 원수로 살아야 하나. 동생한테 너무 미안한데 아이 보지 말라고 해야 하나”라며 “그런 부분 양해 바란다”고 호소했다.

박세원 기자 o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