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강간 직전 CCTV 공개해달라’…법원 “개인 권리구제 이익 크면 공개”

입력 2019-09-03 09:00

얼굴사진 등 개인정보가 포함된 검찰 사건 기록의 경우 정보공개법상 비공개 대상이지만 개인 권리를 구제할 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될 경우 공개해야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판사 안종화)는 김모씨가 서울중앙지검을 상대로 불기소 처분된 사건에 대한 기록물 열람·등사 불허가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 2월 황모씨를 준강간 혐의로 고소했으나 검찰은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후 김씨는 자신이 주장한 준강간 범행 시점 직전 황씨 등이 나온 CCTV 영상과 사진을 열람·등사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검찰은 “사건 관계인의 명예나 사생활의 비밀 등을 해할 우려가 있는 비공개 대상 정보”라며 허가하지 않았다. 김씨는 이에 불복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쟁점은 김씨가 정보공개 청구한 영상·사진을 비공개해서 황씨의 사생활에 대한 비밀을 지키는 것과 공개해서 김씨 권리를 구제하는 것 중 무엇을 우선할지 여부에 달려 있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는 김씨의 권리구제를 먼저라고 봤다. 재판부는 “김씨 청구를 받아들이는 것이 황씨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제한하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영상·사진에 김씨가 주장하는 준강간 범행 직전의 사진이 촬영돼 있고, 그 내용이 불기소처분의 주요 논거가 됐으므로 권리구제 측면에서 공개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영상·사진을 실제 공개하더라도 사생활 침해 우려가 낮다는 점도 감안했다. 재판부는 “화질의 한계로 인해 영상·사진 속 얼굴은 대부분 식별되지 않거나 일부만 보이므로 공개돼도 초상권 침해 정도는 크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상·사진이 촬영된 장소가 널리 개방된 공간이고, 거리에서 일어나 걷는 장면만 찍혀 사생활 중 내밀한 영역에 해당하지 않아 김씨가 이를 악용할 소지가 없다”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