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딸이 외국어고등학교 재학 시절 2주 인턴을 하고 의학 논문의 제1저자로 등재된 것에 대해서 “교수가 재량껏 평가한 결과”라고 답했다. “놀랍도록 열심히 했다”, “딸 아이가 영어를 잘한다”는 식의 해명이 뒤따랐지만 어떻게 고등학생이었던 자녀가 짧은 인턴 기간에도 해당 논문의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릴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확답을 내놓지 못했다. 같은 시간 대한의사협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조 후보자의 딸이 해당 논문의 제1저자라 할 만큼의 기여를 하지 않았다”고 판정했다.
조 후보자는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지금 시점에서 보게 되면 고등학생 딸 아이가 제1저자로 돼 있는 것이 의아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과거 시점에서는 제1, 제2저자 판단 기준이 느슨하거나 모호했고 책임 교수의 재량에 많이 달려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눈으로 이상하게 보이지만, 저희 아이가 영어를 조금 잘하는 편이었다”며 “논문에 참여한 연구원들이 연구성과와 실험성과를 영어로 정리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조 후보자 딸을 논문의 제1저자로 올려 준 당사자인, 장영표 단국대 의대 교수에게 공을 넘긴 것인데 장 교수가 이미 언론 인터뷰에서 “조 후보자 딸의 외국 대학 진학을 위해서 도와준 것”이라고 밝혀 하나 마나 한 해명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 후보자는 장 교수와의 친소 관계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잇따르자 “장 교수의 연락처조차 알지 못한다”며 “학부모 모임에서 봤을 수도 있지만, 그런 논의를 할 기회는 없었다”고 했다. 장 교수의 아들이 고교 시절 서울대 법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인턴을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같은 학교 학부모들끼리 ‘스펙 품앗이’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지만 “(장 교수의 아들이) 고등학교 동아리를 통해 인턴을 한 것으로 안다”며 “후보자의 딸과 장 교수의 아들이 같은 동아리인지에 대해서도 모르고, 장 교수와 연락한 적도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조 후보자는 장 교수와 다른 해명을 내놓기도 했다. 장 교수는 인턴십 프로그램과 관련해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조 후보자의 딸이 제 집사람한테 얘기한 것 같다”고 말했지만, 조 후보자는 “고등학교 선생님이 만든 프로그램에 저희 아이가 참석한 것”이라고 답했다. 추후 취재진이 두 사람 사이의 해명이 다르다고 지적하자, 조 후보자는 “검찰 수사를 통해 확인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국회에서 조 후보자 기자간담회가 한창이던 오후 의협은 기자회견을 열고 “조 후보자의 자녀가 (논문의) 부분적인 번역이나 단순 업무에 기여했을 수는 있으나 이것만으로는 논문 저술을 주도하는 역할인 제1저자라 할 수 없다”며 해당 논문 책임저자인 장 교수에게 논문 자진 철회를 권고했다. 의협은 현재 장 교수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한 상태다.
심우삼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