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작가 홍자매의 ‘호텔 델루나’ 이야기

입력 2019-09-03 08:00 수정 2019-09-03 08:00
드라마 ‘호텔 델루나’(tvN)로 또 한 번 발랄한 상상력과 필력을 뽐낸 홍정은(사진 오른쪽) 홍미란 작가. 자매 사이로 숱한 히트작을 함께 써온 이들은 “혼자 하는 작업은 정말 외로울 것 같다. 남에게 글을 보여주는 건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인데, 서로에게 늘 힘이 돼준다”고 전했다. tvN 제공


‘호텔 델루나’(tvN)의 힘은 대단했다. 죗값을 치르며 1000년 넘게 호텔을 지키는 처연한 여인 장만월(이지은)과 호텔리어 구찬성(여진구)의 애틋한 로맨스는 안방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시청률 보릿고개에 허덕이는 드라마 시장에서 1일 12%(닐슨코리아)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지은 여진구 등 주·조연 배우들의 호연과 뛰어난 컴퓨터그래픽(CG)으로 만든 판타지, 섬세한 연출이 두루 힘을 보탰는데, 무엇보다 떠돌이 혼령을 맞이하는 호텔 등 상상력이 듬뿍 담긴 극본의 힘이 컸다. 스타 콤비이자 자매인 홍정은(45) 홍미란(42) 작가의 필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부분이었다.

호텔 델루나는 어떻게 탄생하게 된 걸까. ‘홍자매’가 대본을 탈고하기 시작한 건 지난해 6월쯤이었다. 작업이 시작되면 노트북을 놓고 24시간 붙어서 대본을 쓴다고 한다. 이번 작품은 ‘주군의 태양’(2013)의 초기 기획안이었다. 2일 서울 마포구 스튜디오드래곤 회의실에서 만난 ‘홍자매’는 “촬영 환경이 좋아지면서 여태까지 쌓아온 이야기들을 보여드릴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드라마 ‘호텔 델루나’(tvN)로 또 한 번 발랄한 상상력과 필력을 뽐낸 홍정은(사진 오른쪽) 홍미란 작가. 자매 사이로 숱한 히트작을 함께 써온 이들은 “혼자 하는 작업은 정말 외로울 것 같다. 남에게 글을 보여주는 건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인데, 서로에게 늘 힘이 돼준다”고 전했다. tvN 제공


“인간이 아닌 주인공이라는 설정은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2010)부터 시작됐어요. 호텔 배경은 원래 주군의 태양에서 하고 싶었던 건데 귀신 등을 CG로 구현할 수 없어 못 했던 거였죠.”(홍미란) “10년 전만 해도 구미호를 표현할 때 인형 꼬리를 달고 해야 하는 아픔이 있었어요. 이젠 더 예쁜 작품을 보여드릴 수 있다는 걸 배운 작품이었습니다.”(홍정은)

홍자매는 데뷔작 ‘쾌걸춘향’(2005)부터 ‘최고의 사랑’(2011) 등 히트작을 줄줄이 써냈다. 특히 주군의 태양, ‘화유기’(2017) 등 호러와 판타지, 로맨스를 결합한 이야기에 탁월함을 뽐냈는데, 홍정은 작가의 경험이 그 바탕 중 하나였다.

“어렸을 적부터 귀신 얘기들을 좋아해 ‘전설의 고향’을 즐겨봤어요. 남녀노소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하는 얘기라 매력적이죠. 예전에 MBC ‘신비한TV 서프라이즈’에서 3년 넘게 일하면서 봤던 재밌는 사연들이 다양한 에피소드들의 단초가 됐어요.”(홍정은)

동생 홍미란 작가도 ‘진실게임’ 등에서 활약한 예능 작가 출신이다. 홍자매의 독창적 캐릭터 구성 능력은 이런 경력과 무관하지 않다. 홍자매는 이야기를 아름다운 영상으로 담아낸 오충환 감독과 주연 배우였던 이지은, 여진구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드라마 '호텔 델루나' 스틸 컷. tvN 제공


“이지은씨가 아니면 드라마를 유보하자고 했을 정도였어요. 화려하고 사치스럽지만 때로 애잔해 보이는 복합적 정서를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배우였죠. 여진구씨는 정말 듬직했고요. 책임감 넘치는 모습을 보면서 왜 아역 때부터 ‘진구 오빠’로 불렸는지 느꼈어요.”(홍미란)

이전 작품들의 표절 소송 등 논란에 대해서는 답답함을 전했다. 이번에도 일본 만화 ‘우세모노 여관’ 등 작품들과 소재가 유사하다는 지적이 일었었다. 홍정은 작가는 “화유기 소송의 경우 22가지 부문에서 표절이 아니라고 판단돼 승소했다”며 “유령 등 흔한 소재를 묶어둔다면 창작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한다. 근거 없는 얘기로 프레임이 씌워져 억울한 부분들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드라마 '호텔 델루나' 스틸 컷. tvN 제공


그렇다면 이들이 다음에 보여줄 이야기는 무엇일까. 호텔 델루나는 특별 출연한 김수현이 새 호텔 ‘블루문’의 주인이 되는 것으로 끝을 맺으며 다음 시즌 대한 기대감에 불을 지폈다.

“작품들 사이사이 써놓은 게 있어요. ‘미남이시네요’(2009)처럼 가볍고 유쾌한 이야기도 있고 직업 드라마도 있어요. 호텔 델루나와 비슷한 작품으로 찾아뵐지 아직 모르겠지만 우선 조금 쉬고, 조만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웃음).”(홍정은)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