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사가 착오한 탓에 서울 지하철 5호선이 승객을 태우지 않은 채 6개 역을 무정차 통과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기관사는 자신이 운행하는 열차가 차고지로 들어가는 줄 알고 있었다.
송아량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은 지난달 15일 오후 8시2분쯤 5호선 종착역인 마천역에서 출발한 제5646열차가 6개 역을 무정차한 채 지나쳤다고 2일 밝혔다. 열차는 방화역 방면으로 정상 운행하는 것으로 돼있었다.
그러나 기관사 이모씨는 이 열차를 운행하고 둔촌동역에 이르기까지 6개 역을 정차하지 않고 그냥 지나쳐버렸다. 앞서 열차를 마천역까지 운행했던 이씨가 열차의 방향을 바꿔 방화역 쪽으로 정상 운행을 했어야 하지만, 근무표를 잘못 보고 ‘회송 열차’라고 착각해 멈추지 않고 계속 운행한 것이다.
회송 열차는 영업을 하지 않고 차고지로 들어가는 열차다. 역에서 멈추지 않고 차고지까지 계속 운행한다.
이런 상황에서 열차의 운행을 총괄 감독해야 하는 관제센터는 이씨의 열차가 마천역에서 다시 출발하는 것만 확인하고 이후의 운행은 면밀히 살피지 않았다.
결국 이씨는 회송지점인 5호선 지선 고덕차량기지를 향해 무정차로 달리다가 둔촌동역에 다다랐을 때에야 5호선 본선 방향으로 가라는 신호를 확인하고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렸다. 본래 회송 열차는 차량기지가 있는 상일동역 방향으로 가야한다. 이씨는 자신이 가야하는 종착역이 다름을 확인하고 그제서야 이상함을 깨달은 것이다.
둔촌동역에서부터는 정상적으로 정차와 승객 수송을 개시했지만 마천을 포함해 거여, 개롱, 오금, 방이, 올림픽공원역 등을 서지 않고 지나친 후였다.
이씨는 또 열차 운행 시 ‘자동운전’이 원칙이지만 임의로 ‘수동운전’ 모드로 주행했다고 한다. 회송 열차가 역을 지날 때 출입문이 열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이에 대해 송 의원은 “그간 발생한 크고 작은 사고가 그랬듯 무사안일 때문에 비롯된 사안”이라며 “기본적인 확인 소홀과 규정 미준수로 인해 현장에서 여전히 인적 오류가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서울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는 “기관사들이 혼동하기 쉬운 근무표를 알아보기 쉽게 바꾸고, 열차 운전실의 열차운행정보확인 시스템에 회송 열차 여부를 표출해 기관사가 착각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기관사 이씨는 직위해제 됐고, 징계위원회에 회부될 예정이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