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학생들 동맹 휴학·직장인들 총파업…고민 깊어지는 중국

입력 2019-09-02 17:25 수정 2019-09-02 17:54
홍콩 퀸메리병원의 노동자들이 2일 점심시간에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며 시작된 홍콩시위대와의 연대를 나타내기 위해 인간사슬을 한 채 포스터를 들고 있다. 이날 의료, 항공, 건축, 금융, 사회복지 등 21개 업종 종사자들도 2~3일 이틀간 총파업에 들어갔고, 홍콩의 중고등 학생들과 대학생들도 동맹 휴학에 나섰다. 사진=AFP연합뉴스

홍콩의 중고등 학생들과 대학생들이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동맹 휴학에 나섰다. 최근 홍콩 시위대의 연령대가 낮아지는데다 중고등 학생들까지 본격 가세하면서 시위 양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의료, 항공, 건축, 금융, 사회복지 등 21개 업종 종사자들도 2~3일 이틀간 총파업에 들어갔다. 홍콩 정부가 시위대의 요구를 거부하고 강경 진압의 수위를 높이자 반정부 진영이 확대되고 시위도 더욱 과격화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홍콩 언론에 따르면 2일 오전 시작된 홍콩 중고등학교의 동맹 휴학에 200여 개 학교에서 1만여 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홍콩 섬 동쪽의 차이완 지역의 샤우케이완 공립학교 등 3개 학교의 학생들은 오전 7시부터 학교 부근에서 손에 손을 잡고 인간 띠를 만들었다. 상당수는 교복위에 홍콩 시위대의 상징이 된 검은 옷을 입고 있었으며, 일부는 아침 식사를 하지 못한 학생들에게 음식을 나눠주기도 했다.

그러나 송환법 반대 시위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샤우케이완 이스트 재학생인 야니스 호는 “우리는 더 많은 학생들이 송환법의 심각성에 대해 알아야 한다”며 시위대를 적극 지지했다. 하지만 샤우케이완 학생인 리처드는 “나는 개인적으로 송환법 반대 시위에 대해 비관적”이라며 “우리 싸움의 진짜 상대는 중국 중앙정부이기 때문”이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학교측은 동맹휴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에게 부모의 동의를 요구하지 않았지만, 누가 참여하는지 명단 파악은 했다. 이 때문에 일부 학생들은 “나중에 학교 측이 수업거부자들에게 불이익을 줄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삼수이포 지역 중등학교 잉와서원에서는 50여 명의 학생이 집회를 열고 ‘광복홍콩 시대혁명’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3일부터 전면적인 동맹휴학을 벌일 것이라고 했다.

홍콩 내 10개 대학 학생회도 신학기를 시작된 이날 홍콩중문대학 캠퍼스에 모여 집회를 열고 2주간 동맹휴학에 들어갔다.

이들은 13일까지 정부가 송환법 완전철폐와 행정자관 직선제 등 5대 요구 사항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무기한 동맹휴학 등 투쟁의 강도를 높이기로 했다.

홍콩의 21개 업종 종사자들도 2~3일 이틀간 총파업에 들어갔으며 홍콩 정부청사가 있는 애드머럴티 지역의 타마르 공원에서 송환법 반대 집회를 열었다. 집회에는 동맹휴학에 들어간 중고등학생과 대학생들도 참여했다.

홍콩 시위대는 전날에 이어 공항으로 통하는 길을 차단하고, 지하철 운행을 방해하기로 했으나 큰 혼란은 빚어지지 않았다. 경찰은 주요 지하철 역에 병력을 배치해 시위대의 운행 방해를 사전 차단했다. 홍콩 시위대는 앞으로 총파업(罷工), 동맹휴학(罷課), ‘불매운동’인 철시(罷市) 등 ‘3파 투쟁’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홍콩 시위가 겉잡을 수 없이 악화됨에 따라 중국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대규모 무장 경찰을 선전에 배치하고 진압 훈련 장면을 공개하는 등 홍콩에 무력 진압이 임박했음을 경고하고 있지만 여전히 ‘엄포’에 그치고 있다. 주말 시위에 경찰의 ‘랩터스 특공대’를 지하철 객차까지 투입해 시위대를 체포했지만 아직까지 본토의 직접 개입은 자제하고 있다. 하지만 시위대가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불태우는 상황까지 발생하자 중국 정부의 인래력이 임계점에 다다른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중국 정부가 올인하고 있는 10월 1일 신중국 건립 70주년 행사가 목전으로 다가오고 있어 조만간 실제로 ‘행동 개시’를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은 공산당의 권위에 도전하고, 중국을 분열하려는 시도는 절대 용인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어서 10월 1일 이전에 홍콩에 무력개입을 할수도 있다”고 말했다.

홍콩=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