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정, “졸피뎀 먹이지 않았다”···계획범행 전면 부인

입력 2019-09-02 17:10 수정 2019-09-02 18:20
제주에서 전 남편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은닉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36)은 2차 공판에서도 검찰의 계획범행에 맞서 우발적 살해라는 주장을 이어갔다.

특히 피해자인 전 남편 강모(36)씨를 살해하기 전 졸피뎀을 먹이지 않았기 때문에 우발적 살해였으며, 이를 입증하기 위한 범행현장의 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펼쳤다.

2일 제주지법 제2형사부(정봉기 부장판사) 201호 법정에서 열린 2차 공판에서 고씨는 1차 공판 때와 같이 머리를 풀어헤친 일명 ‘커튼 머리’로 얼굴을 가린 채 연녹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나왔다.

이 자리에서 고씨 측 변호인은 먼저 “피고인이 졸피뎀을 피해자에게 먹이지 않았다”며 계획범행을 주장하는 검찰 측의 증거를 인정하지 않았다.

변호인은 “국과수와 대검찰청에서 각각 조사를 실시해 피고인의 차량에서 나온 이불과 무릎담요에서 혈흔이 나와 졸피뎀이 검출됐다고 검찰이 주장한다”면서 “하지만 붉은색 담요에서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혈흔이 모두 나온데 따라 졸피뎀이 피해자의 혈흔에서 나온 것인지 피고인의 혈흔에서 나온 것인지 특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또 “졸피뎀 제조사는 졸피뎀이 몸 안에 녹아들었을 때 언제쯤 심신상실 상태에 이르는지 여부를 조사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며 계획범행을 부인했다.

변호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대검찰청의 감정결과에 대한 사실조회를 신청했다. 이와 함께 범행 당시 상황을 잘 알 수 있는 현장검증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했다.

계획적인 살해를 저지르기 위해 졸피뎀을 먹이지 않았으며, 전 남편 강씨에게 당하려는 성폭행에서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우발적 살해과정을 재현해 보이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고씨가 수사 과정에서 단 한 번도 범행 현장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현장검증을 신청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맞섰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변호인 측에 현장조사 필요성에 대한 의견서 제출을 명령했다. 필요성이 입증되면 범행현장에 대한 조사도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고씨 측 변호인은 또 현 남편 전처에 대해서도 증인신청을 했다. 그는 “고씨가 현 남편의 폭언과 폭행을 견디며 살았으며 최근 (현 남편을) 고소했다”며 “현 남편이 사실과 다른 주장을 언론에 흘려 고씨에게 불리한 여론이 형성돼 있다”고 주장했다.

현 남편의 고씨에 대한 경찰진술에서 자신을 폭력적으로 주장한 것에 대해 반박해 평소 폭력성이 없는 자신이 전 남편을 계획적으로 살해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펼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검찰은 “현 남편의 전처 가족 증인 신청은 공소사실과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어떤 내용을 입증하려는지 의견서를 보고 다음 기일에 증인 채택여부를 가리겠다”고 밝혔다.

고씨에 대한 3차 공판은 오는 16일 오후 2시30분 제주지법 201호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고씨는 지난 5월25일 제주시 조천읍 한 펜션에서 전 남편 강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은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제주=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