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36·구속기소)의 2차 공판이 2일 열린 가운데, 피해자 측 변호인은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목적으로 증거를 부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제주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정봉기)는 이날 오후 2시 고유정의 2차 공판을 열었다. 고유정 측은 “계획범죄를 입증해달라”며 검찰이 신청한 증거들을 대거 배척했다. 특히 혈흔에서 검출된 졸피뎀 성분은 고유정의 피에서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졸피뎀을 사전에 구매하고 몰래 먹이는 등 범행을 계획한 것이 아니라 성폭행을 피하려다 우발적으로 살해했다는 주장을 펼치기 위해서다.
이날 고유정 측은 ‘혈흔 속 졸피뎀’ 증거능력 배제에 총력을 기울였다. 양측은 졸피뎀 검출 여부를 놓고 1시간여 동안 공방을 벌였다. 심지어 고유정 측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를 포함해 관련 증거 대부분을 부정했다. 피해자 혈흔에서 졸피뎀 검출이 유력시되면 계획범죄 정황에 무게가 실리게 된다.
고유정 측 남윤국 변호인은 이날 “담요에서 졸피뎀이 나온 것은 맞지만 피해자의 DNA 흔적에서 졸피뎀 검출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졸피뎀 흔적에서 피해자 DNA가 확인 안 돼 추가 감정하겠다고 검찰이 수사보고했지만 추가 기록들을 확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 측은 “변호인이 감정결과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국과수 감정관 2명을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맞받았다.
피해자 고(故) 강모(36)씨 측 강문혁 변호인은 이날 오후 제주지법 앞에서 “피고인 측이 재판을 지연시킬 목적으로 믿을 수 없다며 증거를 부인하고 이에 대한 증인 신청을 하고 있다”며 “사회적 관심을 두는 흉악 범죄이기 때문에 여론의 관심을 줄여 감형해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 측은 당시 피고인 차량에서 압수된 무릎담요에서 검출된 피해자의 DNA와 졸피뎀 성분을 모두 부인했다”며 “대검찰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당시 감정관에 대한 증인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몸에 난 상처를 치료한 의사에 대해서도 증인 신문을 요청하는 등 과학 수사를 부정하고 증인 신문절차를 통해 의도적으로 재판을 지연시키려고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