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전날 텍사스주 미들랜드·오데사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과 관련해 의회와 총기 규제를 논의하겠다면서도 사건의 근본 원인을 또다시 총격범들의 정신 질환 문제로 돌렸다. 여전히 총기 규제 강화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며 사태의 본질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재난관리청(FEMA)에서 허리케인 ‘도리언’ 관련 브리핑을 받기 전 기자들과 만나 이달 내로 의회가 개회하면 공화당 및 민주당과 총기 관련 법안을 논의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하지만 그는 야당인 민주당이 촉구하는 총기 구매자 신원 조회 강화에 대해서는 “아무리 신원 조회를 강하게 해도 대부분의 총기 난사 사건을 막아내지 못했을 것”이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우리 행정부는 폭력 범죄를 실질적으로 줄이길 원한다”며 “여기에는 정신적으로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손에 총기가 들어가지 않게 하는 강력한 조치와 망가진 국가 정신 건강 관리 시스템의 개혁이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되려 “우리는 수정헌법 제2조를 보호하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개인의 총기 소유권을 인정하는 헌법 조항 사수를 거론하며 미국총기협회(NRA) 등 자신과 공화당의 핵심 지지층을 향한 ‘립서비스’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일과 4일 텍사스주와 오하이오주에서 연이틀 총기난사 사건이 터져 31명이 숨지자 총기 구매자에 대한 광범위한 신원조회를 승인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보름여 뒤인 같은 달 20일에는 돌연 태도를 바꿔 “이미 100번을 말했다. 방아쇠를 당기는 건 사람이지 총이 아니다”며 정신병 관리 강화를 역설했다. 현지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총기 규제 강화에 반대하는 이익단체 NRA 최고경영자와의 면담 후 태도를 바꿨다고 비판했다. NRA 측은 당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총기 규제 강화 조치는 그의 지지자들에게 좋은 평을 얻지 못한다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이날 텍사스주 총기난사 사건의 희생자가 7명으로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이번 사건으로 지난달에만 미국에서 53명이 목숨을 잃었다.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에 대한 공세를 높였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지난 2월 하원에서 통과된 총기 구매자 신원 조회 강화 법안을 채택하라고 상원에 촉구했다. 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인 훌리안 카스트로 전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은 NBC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큰 거짓말은 광범위한 신원 조회와 관련해 뭔가를 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