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도시이자 천만 관광도시인 전북 전주의 또 다른 이름은 ‘천사의 도시’다. 해마다 수천만원을 몰래 놓고 가는 노송동 ‘얼굴없는 천사’가 있기 때문이지만, 이에 못지않게 조용히 자원봉사를 하는 시민이 많은 덕분이다. 전주시 인구는 65만여 명. 이 가운데 3분의 1 가까이가 ‘전주시자원봉사센터’에 이름을 적어두고 각자의 분야에서 남을 돕고 있다.
이들 봉사자들의 요람이자 전국 봉사단체의 모범인 ‘전주시자원봉사센터’가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이 센터는 그동안 시민들의 봉사 열정을 키워내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사랑을 전파하는 플랫폼이 되어 왔다.
전주시자원봉사센터는 1999년 9월 출범했다. 처음엔 150명의 작은 출발이었다. 2004년 1만명을 넘긴 뒤 가파르게 증가해 2012년 10만명, 지난해 20만명이 동참했다. 올해 6월말 현재 전체 회원 수는 20만 9167명이다.
지난 해 회원들은 50만회 이상 봉사활동을 했다. 1년간 전체 봉사시간도 155만 시간이나 된다.
센터는 사회변화에 발맞춰 회원들을 모으고, 교육하고, 현장에 나가 나눔을 실천토록 했다.
이를 후원하기 위해 전주시는 전국 최초로 자원봉사과를 설치했다. 또 처음으로 전국 센터 관리자 대회를 열기도 했다.
센터의 대표 프로그램은 ‘사랑의 희망열차’다. 만 65세 이상 노인을 위해 각 마을회관 등을 찾아가 이미용 봉사를 하고 문화행사를 해주는 행사로 16년 넘게 이어져 오고 있다.
박정석 센터장은 “처음 사랑의 희망열차를 통해 미용봉사를 시작했는데 한 사람이 40~50명의 머리카락을 깎아주는 등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현재는 반응이 좋고 재능봉사를 원하는 사람도 많아 이달로 405회를 맞이한다”고 말했다.
센터는 정기적으로 해외 봉사활동도 실시해 왔다. 2010년부터 몽골 비오콤비나트 지역을 찾아 한국인의 정을 나누어 줬다.
올해에도 지난 7월 19명의 단원이 같은 지역에서 환경개선을 위한 활동을 펼쳤다. 분리수거함을 설치하고 일회용품 줄이는 활동도 진행했다. 물론 이·미용 봉사활동과 장수 사진 촬영, 페이스페인팅, 풍선아트 등 전문 봉사활동도 병행했다. 특히 이번엔 탄소발열 의자를 포함한 전주형 버스승강장을 설치해 줬다.
또 겨울 방학에는 인도네시아를 찾아가 현지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교육봉사, 노후시설 보수와 주민 생계를 돕기 위한 천막 설치 등 노력봉사 활동도 전개했다.
센터는 2017년 큰 변신을 했다.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거듭난 것이다. 효율적인 자원봉사센터 운영과 체계적인 봉사활동 관리를 위한 노력이었다.
센터의 공식 마스코트를 만들어 특허 출원하기도 했다. ‘봉싹키움(봉사의 싹을 키우다) 자원봉사 이야기’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것으로 ‘봉사자’란 이름이 붙었다.
센터는 20주년을 맞아 새로운 다짐을 한다. 다음달 중 작지만 의미있는 기념식을 펼칠 계획이다. 그동안 봉사자들의 활동 모습을 오롯이 품은 센터의 역사와 사업, 사진 등의 책자를 3권 발간할 예정이다.
초기부터 센터의 중심 역할을 해온 황의옥(78) 이사장은 “진정한 봉사란 남을 위해서 땀을 흘리고 나눔을 실천할 줄 아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변해가는 사회에 맞춰 다양한 형태의 봉사 프로그램을 마련하는데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