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공을 잡을 때마다 관중석에서 야유가 터져나왔다. 지난해 같은 장소에서 손흥민이 페널티킥을 얻어낸 것을 기억하는 아스날 팬들의 견제였다. 손흥민이 팀 내 핵심 전력이라는 이미지가 굳혀졌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토트넘 홋스퍼는 2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스날과의 2019-20시즌 영국 프리미어리그 4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2대 2로 무승부를 거뒀다. 이날 선발로 출전한 손흥민은 팀이 기록한 2골에 모두 이바지한 맹활약을 펼쳤다.
손흥민의 도움은 전반 10분부터 시작됐다. 손흥민의 스루패스를 에릭 라멜라가 받고 그대로 슈팅으로 이어졌다. 이 슛은 아스날 골키퍼 베른트 레노가 선방했지만 곧이어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맞고 나온 공을 왼발로 밀어 넣으며 선제골을 넣었다.
전반 38분에도 활약은 이어졌다. 왼쪽에서 패스를 이어받은 손흥민이 페널티박스로 돌파하던 중 그리니트 샤카의 태클에 걸려 넘어져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키커로 나선 해리 케인의 슛이 골망을 파고들면서 토트넘은 2대 0으로 앞서나갔다. 손흥민은 후반 6분에 왼발 슈팅을 시도하는 등 팀 내 분위기를 이끌어 가다가 34분 교체됐다.
아스날 팬들은 손흥민이 공을 잡을 때마다 야유를 보냈다. 지난해 같은 장소에서 손흥민이 아스날을 상대로 얻어낸 페널티킥 장면을 잊지 않은 것이다. 당시 손흥민이 페널티박스 안에서 롭 홀딩의 태클에 넘어져 페널티킥 찬스를 얻어낸 것을 두고 아스날 팬들은 할리우드 액션이라고 비난했었다.
세계 최고의 라이벌전으로 꼽히는 북런던 더비(북런던을 연고로 하는 축구팀 아스날과 토트넘 사이의 지역 더비 경기)에서 상대 팀 팬들로부터 야유를 받는 건 나쁜 일이 아니다. 축구 팬들로부터 팀의 핵심 멤버로 입지가 공고해졌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날 손흥민이 받은 ‘기분 좋은’ 야유는 손흥민의 탄탄해진 입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김영철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