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서울대 청소·경비 노동자, 별도 교섭단체 꾸릴 수 있어”

입력 2019-09-02 10:55

서울대학교의 경비·청소·기계설비 등 시설관리를 맡은 직원들이 대학의 법인 및 자체직원들과 별도로 교섭단체를 꾸려 단체협약을 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홍순욱)는 서울대학교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교섭단위 분리를 결정한 재심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서울대는 지난해 3~4월 시설관리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했다. 2017년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른 것이었다. 시설관리직원들이 가입된 서울일반노동조합 소속 서울대지부는 같은 해 4월 시설관리직의 교섭단위 분리신청을 했고, 서울지방·중앙노동위원회는 이를 받아들였다.

서울대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시설관리직과 다른 직원들의 고용형태 등에 다소 차이가 있다는 점만으로 교섭단위를 분리하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유명무실해진다는 것이었다.

재판부는 서울대 측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시설관리직과 법인 직원의 근로조건과 고용 형태에 현격한 차이가 있다는 이유였다. 재판부는 “시설관리직원 급여가 법인·자체직원에 비해 현저히 낮고, 각종 수당 및 기타 복리후생제도도 시설관리직원의 경우 일률적으로 적용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채용 주체 및 고용 경위 등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다”며 “시설관리직원들이 직접 고용된 이후에도 별도로 관리·운용돼 온 점 등을 더하면 분리 교섭 필요성이 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시설관리직원의 경우 개선방안을 논의해야 하는 상황으로 단체교섭에서 논의돼야 할 쟁점 차이가 커 교섭창구 단일화 필요성은 적고 분리하면서 효율성을 증대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데도 단일화를 강제하면 이해관계를 달리해 불필요한 교섭 장기화를 야기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