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란의 황제’ 임요환과 띠동갑인 이영호는 데뷔 당시부터 앳된 외모와 대비되는 야수 같은 경기력으로 화젯거리를 낳았다. 이제 데뷔 13년차를 맞이한 그는 오른쪽 팔에 오는 각종 통증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멈추지 않고 전진하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승부욕’ 때문이다.
이영호(Flash)는 1일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숲속의 무대에서 열린 장윤철(Snow)과의 ‘아프리카TV 스타크래프트 리그(ASL)’ 시즌8 결승전에서 4대 0 완승을 거뒀다. 이날 우승으로 개인리그 통산 10회 우승, 단일리그 4회 우승 등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달성한 이영호다. ‘살아있는 전설’이라는 수식이 붙기에 부족함이 없는 커리어다.
일방적인 결과가 나왔지만 이영호 입장에서는 모든 걸 쏟아 부은, 노력의 결실이다. 이영호는 경기 후 매체 인터뷰에서 “이번 시즌도 아픈 걸 꾹 참고 했다. 그 결실을 맺은 것 같다”면서 “여건이 되는 한 최대한 대회에 나가고 싶다. 1대1로 승부를 벌이는 걸 잊을 수가 없다”고 했다.
‘최종병기’는 전설적인 박사가 뚝딱 만들어낸 결과물이 아니다. 세간에 알려진 대로 이영호는 승부욕이 남다르다. 지기 싫어하는 성격 때문에 ‘지지 않을 때까지’ 연습을 한다. 이영호는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승부욕이라고 생각한다. 저도 어느 때는 우승 한 번만 해봤으면 싶을 때가 있었는데, 10년 전을 돌이켜봐도 그때부터 승부욕이 강했다. 때론 안 좋게 작용하기도 했지만, 저는 지는 게 너무 싫다. 스타크래프트는 지고는 못 살겠다. 그래서 계속 유지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최근 이영호는 마우스를 쥐는 오른쪽 팔 상태가 몹시 좋지 못하다. 지난달 21일 매체 인터뷰에서 그는 오른쪽 손목과 어깨 수술 부위가 크게 악화됐다고 말했다. 통증이 몇 년째 지속되면서 이영호는 하루를 통채로 비워놓고 간헐적으로 연습을 하는 방식으로 상황을 극복했다. 그는 “하루 종일 연습을 하는데, 쭉 하는 게 아니다. 연습을 조금 하고 잠시 쉬었다가 다시 연습을 하는 방식으로 반복한다”고 전했다. 그는 “그렇게 해도 여전히 아프지만, 대회 기간이 얼마 안 남았기 때문에 참으면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호는 조만간 오른쪽 팔 정밀검진을 받는다. 검사 결과에 따라 최악의 경우 다시금 수술대에 올라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대회에 대한 강한 열의로 불타오르고 있다. 특히 전역 후 복귀한 김택용의 다음 시즌 합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오랜만에 ‘택뱅리쌍’이 한 자리에 모이는 대회를 팬들이 기대하자 이영호도 덩달하 호승지심(好勝之心)이 동했다. 그는 “(택뱅리쌍이 모이면) 정말 재밌을 것 같다. 팔 상태가 정말 안 좋지만 상황에 따라 출전을 결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몸이 망가지는 와중에도 이영호는 ‘승리’만을 생각하고 있다. 정말 못말리는 승부사다. 이영호는 본인 커리어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이 더 승부에 ‘올인’하는 근간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회에 출전했을 때 우승 확률이 50%정도 되는 것 같다. 이걸 깨기 싫다. 자부심이 있다”면서 “매번 대회를 나가진 못하지만, 나가는 대회에선 반드시 우승을 하는 게 목표다”고 했다.
개인 통산 10회 우승을 달성한 이영호는 아직도 더 이루고 싶은 게 많다. 그는 “10회 우승까지 너무 오래 걸린 것 같다. 팬들의 응원으로 더 힘을 내게 된다.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고, 앞으로도 실망시키지 않는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다부진 각오를 드러냈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