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관련,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이 행정·입법·사법 등 온갖 기관 상위에 있는 것이라며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3권분립을 무시하는 발언을 했다. 또 한·일 청구권협정 준수 문제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정작 중요한 청구권협정에 대한 양국의 다른 해석은 의도적으로 눈 가리기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일본 NHK방송은 1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전날 도쿄도에서 열린 강연에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판결과 관련해 “(한·일 청구권협정이) 행정, 입법, 재판소(법원)를 포함한 사법과 같은 국가의 온갖 기관을 구속하는 것이 대원칙인데 이 문제에서 한국 측이 조약을 지키지 않는 상황이 나왔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이기도 한 스가 관방장관은 그러면서 “한국 측이 스스로 책임지고 위법 상황을 확실하게 해소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의연하게 주장할 것은 주장하고, 감정적이 되지 않게 대응하고 싶다”고 덧붙이며 최근 발생한 한·일 갈등이 어디까지나 한국 측의 책임이라는 주장을 반복했다.
스가 장관의 발언은 한국 정부가 “징용공 소송에 있어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하는 것이 기본적 입장”이라고 말한 것을 반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한·일 갈등의 원인은 청구권 협정의 준수라기보다는 해당 협정에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포함됐는지 한·일 양국이 의견차를 보이는 데서 비롯했는데, 스가 장관은 청구권협정에 대한 평가가 마치 이미 해결된 것처럼 말했다. 더군다나 대법원이 조약이나 법령 해석을 할 권한을 무시하면서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 원칙인 삼권분립을 흔들기도 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