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이 아픈 와중에도 꾹 참고 연습을 한 ‘최종병기’ 이영호가 “스타크래프트만큼은 지고 못 산다”면서 대회에 출전하는 한 우승컵을 반드시 들겠다고 했다.
이영호(Flash)는 1일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숲속의 무대에서 열린 장윤철(Snow)과의 ‘아프리카TV 스타크래프트 리그(ASL)’ 시즌8 결승전에서 4대 0 완승을 거뒀다.
다음은 경기 후 매체 인터뷰에서 이영호와 일문일답이다.
-경기를 마친 소감을 말해달라.
“오랜 만에 우승이라 기쁘다. 어려운 승부가 될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쉽게 이겼다. 실감이 잘 안 나는 부분이 있다. 인터뷰 끝내고 집에 가면 실감이 가지 않을까 싶다.”
-개인 통산 10회 우승을 달성했다.
“스타판에서 거진 20년 가까이 아무도 하지 못한 것을 달성해서 기쁘다. 정말 하고 싶었다. 10회 우승도 그렇지만, 단일 리그 4회 우승도 정말 원했다. 현역 때 계속 못했는데, 아홉수를 넘긴 느낀이 들어서 기쁘다.”
-장윤철을 상대로 어떻게 준비했나.
“게임이 어지러워질 것을 예상했는데 제가 원하는 대로 전략이 먹힌 것 같다. 3, 4세트의 경우 대회 때 나오지 않은 전략이다. 오늘 투 아머리를 올리는 전략을 택했다. ‘장윤철 맞춤 전략’이다. 이게 100% 먹혀서 이길 수 있었던 것 같다. 뒤로 갈수록 프로토스에 좋아서 자신감이 없었다. 초반에 잘 이겼다.
-오늘 전체적으로 타이밍 러시가 좋았는데.
“연습에서 트라이포드 맵의 경우 거리가 멀다. 일반적으로 타이밍 러시를 안 온다고 생각한다. 그걸 역으로 이용했다. 프로토스 언덕 밑까지 진출하면 테란한테 좋은 지형이다. 연습때도 이 타이밍 러시에서 거의 다 이겼다. 윤철이가 긴장을 하면서 100% 이긴 것 같다.”
-다음 시즌에 김택용 선수가 합류하면서 오랜만에 ‘택뱅리쌍’이 모일 것 같다. 팔 상태가 안 좋다고 하는데, 다음 시즌 출전할 수 있는지.
“개인적으로 정말 재밌을 것 같지만 제가 팔 상태가 정말 안 좋다. 8월 중순에 MRI를 찍어야 했는데, 계속 올라오면서 못 그랬다. 팔 상태에 따라 출전이 결정될 것 같다. 이번 시즌도 꾹 참고 했다. 상태가 너무 안 좋다. 그 결실을 맺은 것 같다. 저도 항상 대회가 나가고 싶다. 1대1로 승부하는 걸 잊을수가 없다. 여건이 되는한 최대한 나가고 싶다.”
-10회 우승을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언제인가.
“아무래도 이제동 선수와 가장 많이 경기를 해서 기억에 남는다. 1년에 4번 만난 것도 기억이 많이 난다.”
-다음 시즌 대회를 나간다면 어떤 각오로 임하겠나.
“대회를 매번 나가진 못할 것 같다. 제가 저번 시즌에 한 번 쉬었는데, 대회 나갈 때마다 우승하고 싶다. 대회 우승 확률이 50% 정도 되는 것 같다. 이걸 깨기 싫다. 나름 자부심이 있다.”
-특별히 고마운 사람이 있는지.
“연습 도와준 송병구, 변현제, 도재욱, 정윤종에게 너무 고맙다. 열심히 도와줘서 고맙다는 말 하고 싶다. 응원와주신 팬분들께 고맙다. 여자친구가 처음으로 응원을 왔다. 여자친구에게도 고맙다. 부모님께 제일 감사하다.”
-최고의 자리를 꾸준히 지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
“승부욕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우승 한 번만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었는데, 10년 전을 돌이켜보면 그때부터 승부욕이 강한 게 있다. 때론 안 좋게 작용하기도 했지만, 저는 지는 게 너무 싫다. 스타크래프트는 지고는 못 살겠다. 계속 유지를 하지 않았나 싶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계속 성공을 못 해서 오래 걸린 것 같다. 1년 전에 달성할 수 있는 기록인데 돌아온 것 같다. 팬들께서 너무 많은 응원을 해주셨다. 이번에는 더 많이 응원을 해주셨다. 팔 상태가 안 좋다 보니깐… 그래서 더 힘을 냈다.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고, 앞으로도 실망시키지 않는 모습 보여드리겠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