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각종 논란과 의혹 제기로 곤경에 처하자 여권의 대선 ‘잠룡’으로 꼽히는 인사들이 돌아가며 조 후보자를 엄호하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
조 후보자를 두고 여야가 정면으로 대치하는 상황에서 정부·여당이 밀리면 범여권 전체가 야당에 정국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 여론전까지 벌어지는 등 진영 간 세 대결 성격도 띠면서 여권 지지층을 의식한 행보로도 풀이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일 페이스북에 “며칠 전 조 후보자와 짧은 통화를 했다”며“얼마나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 충분히 짐작하기에 인간적으로 작은 격려라도 보태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썼다.
박 시장은 “공직에 나서는 당사자는 누구나 온갖 비판과 엄정한 검증을 각오하고 감내해야 하지만, 가족에게까지 가해지는 무자비한 사생활 침해와 인격 모독의 조리돌림을 지켜보는 일은 밤잠을 못 이룰 정도로 힘겨웠을 것”이라고도 했다. 야당과 언론의 의혹 제기 및 도덕성 검증 작업을 사생활 침해와 인격 모독으로 규정한 것이다.
그는 이어 “청년 조국은 헌신적이고 열정이 넘쳤다. 참여연대를 만들어 사법감시센터를 함께 운영했고, 인권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법치주의가 온전히 작동되는 일에 우리는 청춘을 바쳤다”고 두둔했다.
또 “제가 곁에서 지켜봐 온 조국은 대한민국을 좀 더 나은 사회로 확장하고 발전시키는 데 꼭 필요한 인물”이라며 “야당과 일부 언론은 조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가에 관심조차 없어 보인다. 어쩌면 그가 법무부 장관이 돼서 하게 될 사법개혁을 원하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앞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 29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지금까지 단 하나라도 조 후보자가 심각하게 도덕적 비난을 받거나 법을 위반한 행위로 볼 수 있는 일을 한 게 있느냐. 한 개도 없다”고 주장했다.
유 이사장은 그 전날 검찰이 조 후보자 주변인들에 대해 전방위 압수수색을 벌인 것을 두고도 “아주 부적절하고 심각한 오버, 저질 스릴러”라고 힐난했다.
또 ‘조국 반대’ 서울대 촛불집회에 대해 “자유한국당 패거리들의 손길이 어른어른하는 것” “다른 것보다 마스크는 안 쓰고 오면 좋겠다” 등의 발언을 했다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지난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금의 상황은 비이성의 극치인 마녀사냥에 가깝다”는 글을 올렸다. 이 지사는 “당사자의 소명이 결여된 비판은 많은 경우 실체적 진실과 어긋난다. 이해관계가 개입되면 더 그렇고, 그래서 삼인성호(三人成虎·거짓이라도 여럿이 말하면 속는다)라는 말도 생겼다”며 조속한 인사청문회 개최를 촉구했다.
이어 “가족 증인 (채택) 문제로 법이 정한 청문회를 거부하는 것은 그 목적이 정략이라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며 “수사나 재판도 아닌 청문회에 당사자가 아닌 가족을 끌어들이는 건 지나치다”고 야당을 겨눴다.
임명직 공무원인 이낙연 국무총리도 지난 2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언론이 가혹하다고 할 정도로 조 후보자에게 비판적인 보도를 쏟아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여권 대권주자들의 연이은 ‘조국 방어’ 발언에 대해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조국 인사청문회 대책 TF회의’에서 “여권의 주요 인사들, 다음에 대권을 꿈꾸는 사람들이 일사불란하게 조 후보자 옹호에 들어갔다”며 “그들의 이야기는 국민 정서와도 떨어져도 한참 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페이스북 글을 통해 “좌파는 뻔뻔하고 우파는 비겁하다. 총출동해서 조국을 쉴드치는(보호하는) 유시민, 이외수, 공지영, 이재명, 박원순을 보니 그 말이 명언인 것 같다”라고 꼬집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