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정부가 긴급법 발동을 거론하며 체포 위협을 했지만 홍콩 시민들은 13주째 주말 시위를 이어갔다. 시위대는 홍콩국제공항으로 통하는 길을 막아 ‘공항 마비’를 재연시키려 했다. 시위 현장에는 벽돌과 화염병, 최루탄, 물대포가 일상적으로 등장했다. 홍콩 사태가 점점 더 미궁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홍콩 시위대는 1일 홍콩 국제공항으로 통하는 길을 차단하고 길을 차단하고 열차운행을 저지했다. 이에 따라 공항을 이용하려던 승객들은 버스에서 내려 걸어서 공항으로 이동해야 했고, 공항 통하는 열차도 운행이 중단돼 공항 운항이 또 다시 차질을 빚었다. 시위대는 오후 3시쯤부터 공항 카트로 출입구 쪽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했으나 무장 경찰이 진입하자 흩어져 공항 근처 도로를 점거하고 시위를 했다.
홍콩 시위대는 지난달 12일과 13일에도 공항을 점거해 1000편 가량의 항공편이 결항하는 ‘항공 대란’이 빚어졌다. 시위대는 1~2일 이틀간 도로와 철도 등 공항으로 가는 모든 길목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홍콩 법원은 혼란을 막기위해 공항 시위를 무기한 금지했으며, 현재 당일 항공권이 있어야 공항에 들어갈 수 있도록 보안이 강화됐다.
전날 시위에서는 시위대와 경찰이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모습을 보이며 한층 격렬한 대치를 이어갔다. 이들은 애초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철폐’를 넘어서 ‘홍콩 독립’과 ‘시대혁명’ ‘자유를 지키자’ 등 반중 정서와 민주주의 열정을 담은 구호를 외쳤다.
시위는 더욱 격렬해졌다. 시위대는 벽돌과 쇠파이프, 화염병에 이어 곳곳에서 바리케이트를 치고 불을 지르며 경찰 진압에 대한 대응 수위를 높였다. 시위대와 대치하던 경찰은 또 다시 허공을 향해 두 발의 실탄 경고 사격을 했다. 홍콩 경찰의 실탄 사격은 지난 주말에도 있었다.
경찰은 또 지하철 역사까지 들어가 시위대를 강제 연행하는 것은 자제하던 관행을 깨고 최정예 특수부대인 ‘랩터스 특공대’를 지하철 객차 안에 투입시켰다. 홍콩 도심 상공에서는 경찰 헬기 2대가 계속 선회를 했고, 초고성능 카메라로 시위대의 얼굴을 찍는다는 소문이 돌았다. 홍콩 매체는 ‘행정장관 직선제’가 무산된지 5주년인 이날 시위에 ‘저항의 날’이란 제목을 달았다.
중국 관영 언론은 또다시 홍콩 시위를 맹비난하고 나섰다. 신화통신은 “폭도들이 정부 건물을 파괴하고 대로에 불을 지르고 홍콩을 혼란에 빠뜨렸다”며 “폭도들은 자신을 평화 시위대라고 내세웠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본색을 보고 있다”고 비난했다. 후시진 환구시보 편집장은 전날 밤 시위 현장에서 트위터를 통해 “홍콩에서 오늘 또 폭동이 일어났다. 폭력적인 시위대가 어떻게 도시를 파괴했는지 목격했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중앙정부는 ‘송환법 완전 철회’ 등 시위대에 유화책을 펴자는 홍콩 정부의 계획을 거부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