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조국 논란 첫 언급…“입시제도 전반 재검토하라”

입력 2019-09-01 18:08

문재인 대통령은 1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각종 입학 의혹과 관련해 “후보자 가족을 둘러싼 논란이 있는데 이를 넘어서서 입시제도 전반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또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두고 여야가 대립하는 상황에 대해선 “좋은 사람을 발탁하기 위해 청문회가 도입됐는데 이것이 정쟁화해버리면 좋은 사람을 발탁하기 어렵다”며 “실제로 고사한 경우도 많았다”고 밝혔다. 공정성이 훼손된 입시제도는 개혁하되, 조 후보자에 대한 임명은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오는 10일 국무회의 전에 조 후보자를 임명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동남아 3개국 순방길에 오르기 전 성남 서울공항에서 당정청 고위관계자들을 만나 “그동안 입시제도에 대한 여러 개선의 노력이 있긴 했지만 여전히 입시제도가 공평,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히 기회에 접근하지 못하는 젊은 세대에게 깊은 상처가 되고 있다. 이런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공정의 가치는 경제영역에 한하는 것이 아니고 사회영역, 특히 교육분야에서도 최우선의 과제가 돼야 한다”며 “이상론에 치우치지 말고 현실에 기초해 실행가능한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조 후보자 딸의 논문 제1저자 등재 의혹 등이 국민 여론에 반한다고 보고 내린 지시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조 후보자 검증 국면에서 본인의 의견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청와대는 다만 조 후보자 딸 문제와 입시제도 손질은 별개라는 입장이다. 국민 여론을 반영해 상대적 박탈감을 줄이는 방향으로 입시제도를 개편하되, 조 후보자 딸 관련 의혹은 과거 정부가 만든 시스템의 문제이지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이다.

청와대는 불공평한 입시제도의 뿌리로 이명박정부 당시 ‘세계화’ 열풍을 꼽고 있다. 영어를 강조하는 입시 분위기가 형성됐고, 외고나 특목고 학생이 이른바 스펙쌓기에 유리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조 후보자 딸도 이런 분위기에 맞춰 입시를 준비했다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다. 정부는 향후 교육부를 중심으로 현행 입시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청와대는 인사청문 절차의 법적 시한(2일)이 종료되면 3일 국회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송부를 재요청할 방침이다. 따라서 오는 10일 국무회의 전까지는 조 후보자를 임명할 가능성이 높고, 늦어도 추석 연휴 시작(12일) 전에는 임명을 마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오는 6일 태국·미안마·라오스 순방 귀국 전 전자결재를 통해 임명안을 재가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국회는 이날에도 인사청문회 실시 여부를 놓고 대립을 이어갔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이 끝내 청문회를 열지 않고자 한다면 우리는 국민과 직접 만나는 길을 택하겠다”며 또다시 ‘국민청문회’ 카드를 꺼냈다. 반면 한국당은 청문회 일정을 늦추더라도 가족을 포함한 핵심 증인은 반드시 불러야 한다고 맞섰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오늘이라도 핵심 증인들을 협의한다면 5~6일 청문회가 가능하다. 내일(2일) 협의를 한다면 9~10일 청문회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