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일자리 시작·종료 시기 전후 취업자·실업자 수 변화
올해 1~2월 시작한 노인 일자리 9~10월경 종료 예정
정부 약 30만개 일자리 연장, 일부는 일자리 공백 가능성
2009년 희망근로사업 종료 후에도 2010년 실업자 대폭 증가
노인 일자리 사업이 고용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 경기 부진으로 취업자 수 증가 폭의 대부분을 노인 일자리 사업이 이끌고 있어서다. 하지만 ‘단기 일자리’가 많아 사업의 시작과 종료 시기에 따라 고용시장이 출렁일 수 있다. 사업의 시작·종료 전후로 실업률이 뛰고 취업자 수 증감 폭에 파장을 미친다. 나랏돈 공급이 끊기고 단기 일자리가 끝나는 시기에 ‘고용 크레바스(빙하가 갈라져 생긴 좁고 깊은 틈)’가 발생하는 것이다. 올해는 연초에 시작된 노인 일자리 사업의 대부분이 9~10월쯤 마무리된다. 이에 따라 20만명대를 유지하고 있는 취업자 수 증가폭이 연말에는 다시 가라앉을 가능성이 있다.
1일 정부 ‘2020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에 재정으로 만드는 노인 일자리는 74만개에 이른다. 2017년 47만개였던 노인 일자리는 지난해 51만개, 올해 61만개까지 늘었다. 제조업과 자영업이 부진하면서 취업시장은 사실상 노인 일자리가 견인하고 있다. 올해 월 20만명대를 유지하고 있는 취업자 수 증가 폭의 절반가량은 ‘노인 일자리 효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노인 일자리 사업의 시작·종료 시기는 고용시장에 영향을 준다. 가장 비중이 큰 보건·복지 일자리의 경우 ‘9개월짜리’가 많다. 올해 조기 시행으로 1~2월 출발한 일자리는 9~10월에 끝나는 것이다. 노인 일자리 수가 줄면 취업자 수 증가폭은 둔화 흐름에 빠질 수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연말에 노인 일자리 사업이 종료되면 그만큼 취업자·실업자 수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연말 고용절벽’을 막기 위해 일자리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추가경정예산을 투입해 9~10월 끝나는 노인 일자리 사업을 11월(실외 일자리)~12월(실내 일자리)까지 늘릴 방침이다. 하지만 연장되는 일자리는 약 30만개로 추산된다. 일부는 ‘공백’이 불가피하다. 이런 까닭에 정부는 내년에 ‘12개월형’ 노인 일자리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단기’ 노인 일자리 사업은 실업률도 좌우한다. 최근 50~60대는 고용률과 실업률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2009~2010년에도 발생했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 희망근로사업을 시행했었다. 약 24만4000명이 일자리를 얻었는데, 60대 이상 고령층이 단기 공공 일자리에 대거 참여했었다. 그 해 12월 희망근로사업이 끝나자 다음 해 초에 실업자가 대폭 증가했었다.
당시 실업자 증가의 원인으로 두 가지가 거론됐다. 비경제활동인구에 있던 고령층이 단기 공공 일자리 사업 시행 후 취업자가 됐고 사업 종료 후 비경제활동인구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잠시 ‘실업자’로 잡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2010년 초에 크게 뛰었던 실업자 증가 폭은 서서히 둔화했다. 이밖에 단기 공공 일자리 사업이 고령층의 구직 욕구 등을 자극했다는 관측도 나왔다.
이같은 추세는 최근에도 비슷하다. 여러 개의 노인 일자리 사업이 제각각 시행되면서 ‘비경제활동인구→취업자→실업자→비경제활동인구’ 단계를 거치는 노인이 많아지고 있다. 노인 일자리 사업이 확대되면서 고령층의 구직 욕구도 증가했을 가능성이 있다. 최근에는 보건·복지 일자리 수요 자체도 늘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고령층의 고용률과 실업률 동반 상승은 재정 일자리 시작·종료 시기, 구직 욕구 증가, 보건·복지 일자리 수요 증가 등 복합적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