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총공세에 검찰 함구령… 속내는 ‘부글부글’

입력 2019-09-01 16:40 수정 2019-09-01 17:25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참고인 출석 조율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조 후보자 수사가 정치권에 민감하게 해석되는 점을 고려해 조직 내부에 사실상의 함구령을 내리고 정치권의 논평, 언론 취재에 대한 공식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서는 여권이 이번 수사를 검찰의 집단적인 개혁 저항 움직임으로 해석하고 ‘피의사실 흘리기’ 등을 강조하는 데 대한 반발 기류가 많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엄정한 감시를 주문받은 대로 펼치는 정당한 수사이며, 여권에서도 윤 총장을 개혁의 적임자로 평가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조 후보자가 아니면 검찰개혁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냐”는 반문도 나온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고형곤)는 압수물 분석과 함께 조 후보자의 의혹들이 연관된 웅동학원, 사모펀드, 딸 교육기관 관련자들의 참고인 조사 일정을 조율 중이다. 조 후보자 가족이 거액을 투자한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의 전현직 임직원들과 투자회사 대표, 조 후보자 동생의 채무면탈 의혹이 제기된 웅동학원 전현직 인사 등에게 우선 출석 요구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소환조사를 비롯한 구체적인 수사 상황·일정에 대해 확인불가 방침을 세웠다. 복수의 검찰 관계자들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내부에서는 압수수색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 “개별적인 취재 응대를 자제하라”는 취지의 지시가 이뤄졌다. 앞서 대검찰청은 기획검사를 통해 일선청에 “언행에 유의하라”는 내용의 지시사항을 전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의 조 후보자 강제수사를 “시기적으로 매우 부적절한 압수수색”으로 규정하며 “수사정보를 대놓고 흘리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조 후보자 주변 출국금지 및 ‘대통령 주치의’를 거론한 압수물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출국금지 사실을 전한 최초 보도는 일부 사실관계가 수정됐고, 압수물 보도는 검찰과 무관한 언론사의 자체적 취재 결과로 드러났다.


검찰은 공식적으로는 말을 아끼면서도 수사 정당성을 흐리는 정치권 공세에 불쾌해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한 검찰 간부는 “여당이 불과 얼마 전까지 윤 총장을 ‘국민과 함께 하는 검찰’을 이끌 적임자라 평가하지 않았느냐”며 “만일 정치적 고려에 따른 수사라면 검찰이 문을 닫아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누가 봐도 사표를 쓸 각오로 현재의 권력에 대드는 수사인데, 단서나 명분이 없이 착수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현 여권이 검찰 수사에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 일관성이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은 불과 2년 전 국정농단 사건 수사가 활발히 진행되던 때에는 언론 보도에 근거한 논평으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정유라씨 등에 대한 수사를 독려했다. 기존에 알려진 범죄사실 이외의 추가 혐의점이 포착됐다거나, 압수수색에 나서지 않으면 불신을 자초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사이다 수사’를 애타게 기다린다”는 민주당 논평도 있었다.

지난해 1월 서울 영포빌딩에서 다스의 BBK 투자자문 관련 문서 등의 문건이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 민주당은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를 주장하지 않았다. 당시 민주당은 “의혹과 논란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하며 “검찰은 문건을 낱낱이 살펴 모든 의혹의 실체를 국민 앞에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문한 적도 있었다.

이경원 구승은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