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비대면 서비스 더욱 강화
고령층의 금융 접근성 제고 효과도
국내 금융사들도 5G 서비스 경쟁 서둘러야
금융회사들이 5세대 이동통신(5G)과 빠르게 결합하고 있다. 5G와 만난 ‘새로운 금융’은 비대면 서비스를 강화하고, 편의성을 높여 고령층의 접근성도 높일 수 있다. 해외 주요 금융회사들은 고화질 원격 화상회의를 구현하는가 하면, 차량 안에서 음식 주문·결제까지 한 번에 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으며 발 빠르게 움직인다. 다만 국내 금융사들의 5G 사업은 제자리 걸음이다.
5G는 4G보다 20배 빠른 전송속도로 10배 많은 기기를 동시에 연결할 수 있는 차세대 통신 인프라다. 블록체인이나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서비스 등 핀테크 분야에서 디지털 혁신을 불러일으킬 핵심 기술로 주목받는다. 5G와 금융을 사물인터넷(IoT)에 녹인 ‘사물금융(FoT·Financial of Things)’의 출현도 예고되고 있다. 일상 속에서 스마트 기기로 간편하게 금융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환경이 도래하는 것이다.
하나금융연구소는 “5G의 기가바이트(GB)급 데이터 전송·처리 속도가 금융권의 디지털 사업 환경을 크게 바꾸고 있다”고 1일 분석했다. 스마트 기기와 생체정보를 활용한 인증으로 금융 생활이 더 간편해지고 원격지원 자문 및 상담으로 기존의 비대면 서비스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5G로 금융권이 얻는 사회·경제적 편익은 2025년 3조7000억원에서 2030년 5조6000억원까지 늘어난다.
5G가 열어줄 ‘제2 핀테크 혁명’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해외 금융권엔 ‘사물금융’ 바람이 거세다.
일본 미즈호은행은 자동차 담보대출에 5G 기술을 접목했다. 대출을 받은 고객이 채무상환을 하지 못하면 차량을 자동으로 정지시킨다. 비자카드는 제너럴모터스(GM)·피자헛과 손을 잡고 차량 안에서 피자 주문·결제가 가능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주유소·주차장 비용 정산도 가능하다.
5G는 물리적 이동시간을 절약해 업무 효율을 더하기도 한다. 스페인 신탄데르 은행은 직원끼리 UHD급 화질로 모바일 화상회의를 할 수 있는 ‘모바일 오피스’를 도입했다. 미국 US뱅크는 은행 자동입출금기(ATM)를 담당 직원이 원격으로 관리한다. 중국 건설은행은 원격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무인(無人) 지점’을 베이징 시내에 3곳 열었다. 기존 영업점에선 5G 스마트 기기가 창구 업무를 봐주기도 한다.
5G는 그동안 디지털 기반 금융 서비스에 소외됐던 고령층에게 문턱을 낮추고 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지난 5월 “5G를 활용한 생체인증 방식과 블록체인을 이용한 스마트 컨트랙트(조건이 맞으면 자동으로 계약 체결되는 시스템) 기술로 은행 업무가 간소화되면 고령층의 금융 접근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빨라진 은행 업무 처리속도 덕분에 고령층을 표적으로 하는 ‘금융 사기’에도 즉각 대처할 수 있다. 기술 발전이 디지털 격차만 벌린다는 그간의 우려를 5G로 해결하는 셈이다.
‘5G 세계 최초 개통’이라는 타이틀을 달았지만, 한국 금융권은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했다. 한 금융회사 디지털 사업부서 관계자는 “논의를 하고 있으나 언제 본격적으로 5G 서비스를 개시할 지는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남훈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원은 “국내 금융회사들도 5G를 활용한 고객 빅데이터 분석, 금융 상품 마케팅 등으로 사업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