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정준영 사태와 김준호 차태현의 내기 골프 논란으로 잠정 중단됐던 ‘1박2일’(KBS2)이 폐지가 아닌 방송재개로 가닥을 잡았다. ‘국민 예능’으로 12년간 안방 웃음을 책임져온 프로그램의 재개를 반기는 시청자들이 적지 않지만, 성공적인 복귀를 위해서 넘어야 할 과제들도 만만찮다.
KBS는 지난달 29일 보도자료를 내고 “오랜 논의 끝에 올 하반기 방송을 목표로 1박2일 시즌4 기획에 착수하기로 결정했다”며 “초심으로 돌아가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 예능 부활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프로그램을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KBS의 이 같은 결정에는 수많은 국내·해외 팬들의 방송 재개 바람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프로그램 기획상 국내 여행지를 돌아다니는 프로그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이바지해왔다는 점 등에 대한 판단도 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수익적인 면을 빼놓을 수 없다. 최고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 1박2일은 연간 350억원 정도의 광고수익을 올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일 프로그램, 그것도 예능이 이 정도의 광고수익을 내는 건 극히 드문 일이다. 1박2일 중단은 최근 비상경영에 들어간 KBS에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KBS는 올 상반기에만 396억원 가량의 적자가 났고 올해 사업 손실액이 1019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제작진 측은 방송 재개일과 출연진 등 구체적인 내용은 정해진 바 없다고 말을 아꼈다. 1박2일의 성공적 복귀를 위해 중요한 지점은 몇 가지 정도로 요약될 수 있다. 공영성을 버무린 기획과 멤버 선정이 그것이다.
애초 1박2일의 성공은 공영적 가치와 재미가 적절히 어우러진 데서 왔다. 1박2일은 스타들이 전국을 여행하며 여러 일화를 담는다는 기획으로 2007년 첫발을 뗐다. 나영석, 유호진 등 스타 PD들이 두루 거쳐 간 이 프로그램은 재미는 물론 국내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공익적 가치도 놓치지 않았다. 대부분 해외로 떠나는 최근 여행 예능들과는 달리 국내 여행지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풀어내는 감동적인 에피소드들은 덤이었다.
하지만 점차 게임 위주의 프로그램으로 성격이 바뀌면서 피로감을 토로하는 시청자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을 만나고 지역을 소개하는 과정보다는 복불복을 비롯해 멤버들의 간의 게임이 주를 이루게 됐는데, 그만큼 새로운 이야기들은 줄어들고 프로그램의 재미도 반감되기 마련이었다. 제작 잠정 중단 논의가 나왔을 당시 프로그램 자체가 동력을 잃은 것 아니냐는 비판적인 시선이 나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프로그램을 둘러싼 논란이 멤버들로부터 시작된 것인 만큼 참신한 멤버 구성을 통해 정준영 사태로 악화된 방송 이미지를 쇄신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무한도전’(MBC)과 마찬가지로 개개인의 캐릭터로 어필하는 예능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 김종민 데프콘 등 기존 멤버들과 신선한 얼굴들을 폭넓게 검토해 호감 가는 멤버진을 꾸려내는 게 핵심이다.
올 하반기 방송을 목표로 한다면 이미 프로그램에 대략적 얼개는 어느 정도 잡혔을 테다. 2007년 첫 전파를 탔을 당시의 초심을 되새기는 게 중요하다. 호감 가는 얼굴의 발굴과 기획으로 새로운 감성으로 다가가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런 노력에 따라 1박2일의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