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저들을 구하게 해주세요” 홍콩 응급 요원의 눈물

입력 2019-09-01 11:10 수정 2019-09-02 09:04
“제발 부상자들을 치료할 수 있게 절 들여보내 주세요. 제발요 선생님. 다친 저들을 구할 수 있게 해주세요. 대신 절 죽여도 좋습니다. 경찰 선생님!”

트위터 영상 캡처

31일 밤 홍콩 주룽(九龍)반도 프린스에드워드역에서 부상당한 시위대를 치료하게 해달라며 눈물로 호소하는 응급처치 요원의 영상이 인터넷을 강타했다. 구조대원은 부상당한 시민들을 치료할 수 있게 자신을 역사 안으로 들여보내 달라며 울부짖지만 홍콩 경찰은 냉정하게 이를 거절했다. 영상은 트위터 등에 올라 삽시간에 확산됐다.

홍콩의 비영리언론매체인 HKGETV는 1일 새벽 ‘홍콩 경찰이 응급처치 요원의 진입조차 거부했다’는 제목으로 된 영상을 트위터에 올렸다.

1분53초짜리 영상은 전날 밤 에드워드역사 밖에서 촬영된 것으로 자신을 안으로 들여보내달라고 울부짖는 남성의 모습이 담겨 있다.

트위터 영상 캡처

왼팔에 응급처치 요원 완장을 착용한 남성은 “절 실망시키네요. 경찰 선생님. 전 부상자들을 돕고 싶습니다. 제발요 선생님. 제 장비 모두 드릴 수 있어요. 제발 제가 부상자들을 구할 수 있게 해주세요. 그리고 나서 절 때리거나 쏴도 좋아요. 뭘 하셔도 됩니다. 제가 저들을 구할 수 있게 해주세요. 부탁합니다”라고 소리친다.

경찰은 그러나 “돌아가라”라고만 대답한다.

이 남성은 다시 “선생님. 절 죽을 때까지 때려도 좋습니다. 제 목숨과 바꿔도 됩니다”라고 외치지만 닫힌 철문은 열리지 않는다. 남성은 되돌아 고개를 떨구고 “전 목숨을 살리고 싶을 뿐입니다”라며 울부짖는다. 그러자 다른 응급처치 요원이 이 남성을 끌어안고 함께 눈물을 흘린다.

트위터 캡처

영상은 트위터에 오른 지 5시간 만에 1만5000여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전 세계 네티즌들은 “부상당한 자들을 위한 응급처치도 못하게 막느냐”며 중국(china)과 나치(nazi)를 합친 해시태그 ‘차이나치(#chinazi)’를 붙이고 영상을 곳곳으로 퍼나르고 있다.

앞서 홍콩 경찰은 31일 저녁 프린스에드워드 역으로 진입해 시위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잔혹한 폭행을 행사했다는 비판을 샀다.

러시아투데이(RT) 등이 올린 영상을 보면 경찰은 잘못했다고 싹싹 비는 시위대에게도 진압봉을 마구 휘두른다. 이미 경찰에게 진압돼 바닥에 엎드린 시위대의 다리를 진압봉으로 사정없이 때리는 장면도 있다. 반항하지 못하고 머리를 감싸고 앉아 있는 남녀 네 명을 여러 명의 경찰이 둘러싼 뒤 진압봉을 휘두르고 최루액을 마구 쏘는 장면도 포착됐다. 한 남성은 참다 못해 여성의 몸을 자신의 몸으로 감싸며 제발 그만 때리라고 소리치기도 한다.


블룸버그통신과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31일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시위에서 경찰과 시위대가 곳곳에서 충돌했다.

평화적이었던 이전과 달리 이날 시위는 곳곳에서 폭력 사태가 빚어졌다. 시위대는 완차이의 경찰청 부근에 바리케이드를 세우고 불을 질렀다. 일부는 화염병을 던지기도 했다.



시위가 격해지자 경찰은 빅토리아공원 인근에서 총구를 하늘로 세우고 실탄을 발사했다. 경찰 실탄 경고사격은 두 번째다.

시위는 도심 곳곳에서 격화됐다. 시위대는 대형 새총으로 경찰을 향해 벽돌을 발사했고 경찰은 최루탄으로 맞섰다. 경찰은 과격 시위대를 향해 파란색 염료가 들어간 물대포를 발사했다.

시위로 도심 곳곳이 마비됐다. 애드미럴티에서는 도로 폐쇄도 교통체증이 빚어졌고 일부 시위대는 지하철역 감시카메라를 망가뜨렸다. 홍콩 당국은 시위가 벌어진 지역의 지하철 운행을 중단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